11월을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로 불렀다. 평원에 들짐승들의 자취가 뜸해지고 나무에서 잎이 떨어져 내린다. 지상에 무성했던 것들이 수그러든다. 그렇지만 모두 다 사라진 것은 결코 아니다. 한동안 비웠다가 때가 되면 다시 채워질 것들이다. 나무는 위기를 느끼고 자신의 뒤를 잇도록 씨앗이 담긴 솔방울을 많이많이 만들어 낸 것이다. 이런 걸 보면 탐욕스런 사람들보다는 나무 쪽이 훨씬 지혜롭다. 이 산중에서 함께 사는 인연으로 단단한 물푸레나무로 받침대를 해 주었다. 내가 곁에서 거들 테니 걱정 말고 잘 지내라고 일러 주었다. 그 소나무는 가지에 보름달을 올려 한밤중에 나를 불러내었다. 이래서 산에서 사는 나는 사람보다도 나무를 더 좋아하는 것 같다.
고대 인도의 위대한 왕, 아쇼카는 모든 국민들이 최소한 다섯 그루의 나무를 심고 돌보아야 한다고 선포했다. 그는 국민들에게 치유력이 있는 약나무와 열매를 맺는 유실수와 연료로 쓸 나무, 집을 짓는데 쓸 나무, 꽃을 피우는 나무를 심을 것을 권장했다. 아쇼카왕은 그것을 ‘다섯 그루의 작은 숲’이라 불렀다고 한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지금까지 몇 그루의 나무를 심고 돌보았는가. 우리나라 기후로는 입동 무렵이 나무를 옮겨 심기에 가장 적합한 때다. 그리고 나무들이 겨울잠에 들기 시작하는 이때가 거름을 주기에도 알맞은 때다. 나무를 심고 보살피면 가슴이 따뜻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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