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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좌우가 아니라 온몸으로 나는 사회 [염재호]

문근영 2011. 11. 26. 12:17

 
제 556 호
좌우가 아니라 온몸으로 나는 사회

염재호 (고려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장대비가 쏟아지던 지난 주말, 대학의 미래를 논의하는 한 워크숍에 다녀왔다. 강원도로 향하는 영동고속도로는 남한강을 건너 강릉으로 뻗어 있다. 가는 도중에 만난 남한강의 도도한 물줄기는 매우 장대한 모습으로 팔당을 향해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주변 풍광도 수려하고 강폭이 넓은 남한강의 모습은 매우 웅장해 보였다. 올해는 유난히 지리한 장마가 계속되고 있어 남한강의 수량은 어느 때보다도 많아서 그 흐름의 장대함을 보탰다.

워크숍에서 쉬는 도중 한 교수가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오면서 봤던 남한강 유역이 바로 4대강 논의로 뜨거웠던  이포댐지역이라고 했다. 장마가 오기 전에는 피해가 심각할 것으로 예상했고, 자신도 이포댐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석했는데 그날 오는 길에 보니까 의외로 큰 문제가 없는 것을 보고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편파적 정보와 극단적 주장 넘쳐나

그러고 보니 4대강 건설로 심각한 폐해를 예견하던 장마가 이제 끝나가고 있는데  심각한 피해 보도는 그다지 들리지 않는다. 4대강사업의 폐해와 장점에 대한 논의가 첨예하게 대립했었는데, 이제 장마가 지나고 태풍도 지나가면 국민들에게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논의를 정리해줄 필요가 있을 것이다.
 
내가 만나는 보수적인 기성세대들과 진보적인 제자들이 나누는 이야기는 언제나 상이한 정보와 판단을 나에게 던져준다. 양쪽 모두 한쪽 시각에서만 사물을 보기 때문에 극단적이고 판이하게 다른 정보와 판단이 대부분이다. 가까운 친구 하나는 균형적 시각을 얻기 위해 아침에 보수와 진보 양쪽 신문을 모두 읽고 있는데 읽고 나면 세상을 조화롭게 이해할 수 있기보다는 너무 극단적인 정보와 주장으로 가득 차 있어서 머리가 어지럽고 혼돈스러워 짜증이 난다고 한다.
 
왜 우리 사회는 합리적인 논의보다 일방적인 주장과 이를 뒷받침하려는 편파적 정보와 한번 가진 생각을 굽히지 않는 논의로 넘쳐날까? 언론도 결론을 전제로 한 보도와 주장으로 넘쳐나고, 사회는 객관적 사실을 밝히고 합리적인 논의구조를 형성하는데 익숙하지 않다. 자신이 틀릴 수도 있다는 과학적 합리성이야말로 사회의 발전을 초래한다는 포퍼(K. Popper)의 열린 사회로의 길은 그리도 먼 것일까?
 
어릴 적 친구, 판화가 이철수 화백이 삼십주년 기념 초대전을 열었다. 조정래 선생의 소설 태백산맥의 표지화로 유명하고 ‘새벽이 온다. 북을 쳐라’와 같은 운동권 걸개그림으로 유명하던 그가 이십년전 제천 박달재에 들어가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그가 농사를 지으며 깨달은 느낌들은 소위 선화와 같은 서정적 목판화를 통해 우리의 삶에 잔잔한 감동으로 전달되고 있다.
 
그런 그가 삼십년을 결산하며 보여준 이번 전시의 대표 그림은 “새는 좌우의 날개가 아니라 온몸으로 난다. 모든 생명은 저마다 온전한 세계이기 때문이다.” 라는 화두로 그린 새 그림이다. 창공을 박차고 비약하는 솔개의 모습도 감동적이지만, 이념갈등은 심각해지는데 논의는 공허해지고 이해와 용서는 사라지고 있는 우리 사회를 향한 ‘새는 온몸으로 난다’라는 일침은 그림보다 더한 의미와 감동을 주고 있다.

이분법적 편향 버리고, 깨달아 고치는 자세를

이제 우리는 한쪽 날개로만 날 수 없음을 깨달아야 한다. 지나치게 한쪽 날개로만 활개를 치다가 버둥대는 어리석음을 버려야 한다. 날개는 온몸으로 날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더 이상 좌와 우를 나누고 편향된 시각으로만 현상을 보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 백퍼센트 완벽한 사람이나 정책은 없다. 잘하는 것은 칭찬하고 못하는 것은 깨달아 고치게 하는 것이 교육이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바라보며 벌써부터 정치인들과 언론이 우리 사회의 합리적 사고를 마비시키고 이분법적 논의구조로 또 한번 우리 사회를 나눌까봐 걱정이다. 한 동안 지역감정으로 정치적 이익을 얻던 정치인들이 좌우의 포퓰리즘 정책들로 한판 승부를 벌일까봐 걱정이다. 우리나라는 정치인들의 좌우의 날갯짓에 의해 날아가는 나라가 아니라, 보다 높이 날기 위해 모든 국민들이 땀과 열정을 쏟아 온 몸으로 힘겹게 날아오르는 나라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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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염재호
· 고려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 고려대 법대 졸업
· 미국 스탠포드대 정치학박사
· 한국고등교육재단 이사
· 한국정책학회 회장 역임
· 저서 : <딜레마 이론> 등

 


 

출처 : 이보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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