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담고 싶은 법정스님의 글

[스크랩] 법정 스님의 아름다운 마무리 - 손처사

문근영 2011. 10. 14. 08:31

법정스님의 아름다운 마무리

                                     손처사 합장
      오늘 오후 채소밭을 정리했다
      고랭지에 서리가 내리기 전에
      오이넝쿨과 고춧대와 아욱대 등을 걷어 냈다
      여름 날 내 식탁에 먹을 것을 대 주고
      가꾸는 재미를 베풀어 준 채소의 끝자락이 
      서리를 맞아 어둡게 시들어 가는 것을 
      그대로 두는 것은 가꾸는 사람의 도리가 아니다 
      그때 그때 바로 그 자리에서 
      나 자신이 해야 할 도리와 의무와 
      책임을 다하는 것이 아름다운 마무리이다
스님을 뵌 적이 없지만
스님의 여러 글들로 스님을 만나 뵌 것만 같았다
출가의 본질적인 의미는
반드시 머리를 깍고 
수도승이 되는데 있는 것만은 아니라며
비 본래적인 자기로부터 벗어나
본래적인 자기로 돌아가는데 
그 의미가 있어야 진정한 출가자라 한다 하였다
가지를 떠난 나뭇잎이 
뿌리로 돌아가 새 움을 틔울 수 있듯이
출가자 역시 버리고 떠남으로써 
거듭거듭 태어날 수 있어야 한다고 하며
크게 버리는 자만이 
크게 얻을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이
출가의 영원한 교훈이라 하였다
삶은 소유물이 아니며 
영원한 것이 아닌 순간 순간 있음이라 하시며 
모두 이 한때인 삶을 최대한으로 살아 
무소유의 놀라운 신비와 
아름다움의 삶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하였다
현대인들의 불행은 모자람에서 아니라 
오히려 넘침에 있음이라고 하며
적거나 작은 것을 가지고도 
고마워하고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며
스님은 항상 삶에 대해 감사하게 여기시었다
어쩌면 법정스님께서 걸어오신 길은
붓다의 흉내를 낸 붓다가 아니라
붓다의 우체부 역할로 만족을 하신 삶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자신에게 일어난 
고통과 즐거움의 모든 과정의 의미를 이해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여 
자신을 일깨우는 성장의 밑거름으로 만드시어
끝내는 무소유의 삶이 
최고의 행복이란 것을 아시고 
마지막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신 것인지도 모른다
스님은 내가 가지고 있던 모든 상들을 내려놓는 것으로 
최종의 아름다움이라 했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비움이다
       채움만을 위해 달려온 생각을 버리고
       비움의 생각으로 다가감으로
       그 비움이 가져다주는 충만으로 자신을 채운다
스님이 병상에 머물고 계실 때 
수행자로서 어떻게 병원에 의지하느냐고 말들이 많았지만
스님은 한사람이 앓고 누웠을 때
내 몸이 아님을 실감한다는 말씀을 하셨다
견해가 다른 수많은 사람들의 걱정과 염려와 
따듯한 손길이 따르는 것을 보고 느끼며 
자신 몸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한다
스님께선
살아가는 일도 어렵지만
죽는 일 또한 쉽지 않아
병상에 누워있을 때
주변의 인연들이 안타까워 할 때
살만큼 살다가 명이 다해 죽을 때
병원에 실려 가지 않고 
평소에 살던 집에서 
조용히 죽음을 맞이하는 것도 좋으련만 
난 죽음 복만큼은 타고나지 않은 모양이라고 
무소유의 웃음을 환하게 지었을 것이다
병상에서의 스님은
내가 아픈 만큼 
주위의 인연들 역시 마음이 아팠다고 하며
이 또한 수행의 한 과정이며 
이것이 곧 보살의 마음이라 했다
스님께선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회색의 이론 보담
실제 본인의 몸이 아픔으로서 
보다 너그럽고 따뜻하고 친절하고 이해심이 많고 
자비로운 사람이 되고자 더 성숙해 지려 했다며
삶이 곧 수행이며
삶이 곧 불법의 세계라 하셨다
삶이 무엇인가
과거나 미래의 어느 때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이 나에게 주어진 곧 유일한 삶이며
아름다운 마무리는 
지나간 모든 순간들과 기꺼이 작별하고 
아직 오지 않은 순간들에 대해서는 
미지 그대로 열어둔 채 
지금 이 순간을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하였다
     이 몸은 조금씩 이지러져 가지만
     마음은 샘물처럼 차 오른다
     우리의 영혼은 순례자이기도 하며
     여행자이기도 하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언제든 떠날 채비를 하는 것
     나는 지금 그때임을 알고 떠난다
     마지막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종교가 있다면
     그것은 친절이며 이웃에 대한 따뜻한 배려이다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모든 존재에 대해서 
     보다 따뜻하게 대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인연 지어져 만나는 대상이 
     곧 나의 복 밭이며 나의 선지식임을 알아 
     공덕을 쌓고 참회를 하며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
삶에 죽음이 없다면
우린 삶에 대한 진지한 생각들을 하지 않을 것이다
     홀로 있음은 보랏빛 외로움이 아니라
     본래의 자기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것은 당당한 인간 실존이며
     사람은 홀로 있을 때 더욱 더 순수해 진다
     홀로 있을 때는
     죽음이라든가 영원 같은 비일상적인 것을 헤아리게 되며
     저만치서 하루 하루 죽어가고 있는 자기 모습을 본다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생각하고 궁리를 하며 
     가장 올바른 것을 생각하고  
     깊은 것을 들여다보고 가장 높은 곳에 눈을 주게 된다
     죽음을 앞둔 홀로 있음에는 
     더더욱 껍질에서 알맹이를 찾는다 
     그래서 늦게나마 제 정신을 찾는다
     텅 비우지 않고는 
     새 것을 받아들일 수 없음을 홀로 있음에서 깨닫는다
스님께선 평소에 
임제선사의 행적과 법문 중에서 
매력을 느끼는 대목이 보화스님의 죽음이었다고 한다
보화스님이 자신의 갈 때를 알고 
사람들에게 옷을 한 벌 지어달라고 했다. 
사람들은 바지저고리를 주었지만 
그는 받지 않고 요령을 흔들면서 지나가 버린다 
이때 임제스님이 관을 하나 전한다 
보화스님은 그 관을 메고 다니면서 
사람들에게 하직인사를 했다
“내가 내일 동문 밖에서 죽으리라”
고을 사람들이 앞을 다투어 동문 밖으로 나오자 
보화스님은 
“오늘은 일진이 맞지 않아 
내일 남문 밖에서 죽으리라”고 했다
사람들이 또 몰려들자 
“내일 서문 밖에서 죽으리라”고 했다
사람들은 이런 말에 속은 줄을 알고 
스님이 죽는다 해도 이제 몰려오지 않았다
넷째 날 
이제는 아무도 따라오지 않는 것을 보고 
북문 밖에서 스스로 관을 열고 들어가면서 
지나가는 사람에게 관 뚜껑에 못을 박아달라고 했다. 
얼마 후 
고을 사람들이 이 소식을 듣고 몰려나와 관을 열어보니 
시신은 보이지 않고 
허공중에서 요령소리만 은은히 들려 왔다고 한다
법정스님께선 이 대목을 보면서
삶을 배우듯이 죽음 역시 공부의 한 과정이라고 하였다
법정스님은 임종게와 사리 라는 글에서
임종의 마지막 말을 
여러 선사들의 표현을 빌어 
자신의 임종게를 대신하는 것만 같았다
        한 생애를 마감하는 죽음은 엄숙하다
        저 마다 홀로 맞이하는 죽음이므로
        타인의 죽음으로 모방하거나 흉내 낼 수 없다
        타인의 죽음을 모방할 수 없듯이
        마지막 남기는 그 한 마디도 남의 글을 흉내 낼 수 없다
        육조스님의 제자인 남양의 혜충국사가 죽으려 할 때
        마지막 유언을 듣고 싶어 하는 제자들을 꾸짖으면서
        “내가 지금까지 
        너희들에게 말해 온 것이 모두 내 유언이다”라고 했다
        또 어떤 스님은 제자들이 임종게를 청하자 
        임종게가 없으면 죽지도 못한단 말이냐며 
        지금까지 내가 해 온 말이 곧 내 임종게라고 했다
        고려 말 백운 경한 스님은 이렇게 읊었다
             사람이 칠십을 사는 일
             예로부터 드문 일인데
             일흔 일곱 해나 살다가
             이제 떠난다
             내 갈 길 툭 터였거니
             어딘들 고향 아니랴
             무엇을 상여를 만드는가
             이대로 홀가분히 떠나는데
             내 몸은 본래 없었고
             마음 또한 머문 곳 없으니
             태워서 흩어버리고
             시주의 땅을 차지하지 말라
        조주스님은 세상을 뜨려고 할 때 
        제자들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내가 세상을 뜨고 나면 불태워버리고 
         사리 같은 걸 골라 거두지 말라 
         선사의 제자는 세속인과 다르다 
         더구나 이 몸뚱이는 헛것인데 
         사리가 무슨 소용이냐 이런 짓은 당치 않다”
법정스님의 삶 자체가 마지막까지
곧 임종게 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젊은 우편배달부의 죽음이란 노래를 들으며
스님의 죽음을 생각해 봅니다
스님 !
색즉시공의 세상에서 인연이 되어 참 감사했습니다
이제 공즉시색의 세상에서 또 만나 뵙기를 바랍니다
       젊은 우편배달부가 죽었다네
       겨우 열일곱 살인데
       더 이상 사랑이 배달되지 못하네
       사랑의 심부름꾼을 잃었으니
       내 모든 사랑의 말을 두 팔에 안고서
       매일같이 찾아온 그였는데
       그대 정원에서 꺽은 사랑의 꽃을
       두 손 가득 들고 있었던 그였는데
       파란 하늘 속으로 그는 떠났네
       자유롭고 평화로운 새처럼
       그리고 영혼이 그의 몸을 떠나갔을 때
       어디선가 밤 꾀꼬리가 지저귀고 있었네
       그대를 사랑했던 만큼 지금도 그대를 사랑하지만
       앞으론 그 말을 할 수가 없네
       그대에게 썼던 마지막 말들을
       그가 함께 가져가버렸으니 
       장미와 쟈스민이 만발한 
       그대 집에 이르는 그 길을
       이제 그는 다니지 않는다네
       더 이상 사랑이 배달되지 못하네
       사랑은 심부름꾼을 잃었고
       내 마음은 감옥에 갇힌 듯 하네 
       내 기쁨과 고통을 그대에게 날라주던
       청춘의 그가 떠나버렸네
       겨울은 봄을 말살해버렸고
       지금 우리 둘에겐 모든 게 끝나버린 것만 같네
나무 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나무 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나무 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출처 : 어둠 속에 갇힌 불꽃
글쓴이 : 정중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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