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함께읽기

[스크랩] 봄날 절에서 부른 노래

문근영 2011. 5. 6. 07:50

봄날 절에서 부른 노래

4월도 하순이 지나 5월이 되었습니다. 계절로는 늦봄인데, 조석으로는 겨울 추위를 모두 떨구지 못했습니다. 쌀쌀함이 봄을 느끼지 못하게 합니다. 그래도 역시 봄은 봄이어서, 봄꽃은 만개해 있고 초하의 신록은 한창 우거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봄날에 시라도 한수 읊조리지 않아서야 되겠습니까. 젊어서는 정조대왕으로부터 시의 귀재라는 칭호를 받았던 다산의 시를 한편 정도는 읽을 때가 바로 요즘이 아닐까요. 백성과 나라를 근심하고 걱정하느라 아름다운 산천초목에 대한 시를 절제했지만, 역시 다산은 뛰어난 시인이었기에 그가 읊은 서정·서경시는 너무나 좋은 것이 많았습니다. 

  조각 구름 맑아서 궂은 하늘 씻어내고 
  냉이밭 나비들 훨훨 나는데 허옇구나
  집 뒤의 나무꾼 다니는 길 우연히 따라가니
  들머리 보리밭까지 지나오고 말았네
  땅끝 바다에서 봄이 되니 늙어감 알아지고
  황량한 시골 벗 없자 중이 좋음 깨달았네
  먼 산만 바라보고 도연명의 뜻 알만해서
  한두 편 산경(山經)을 놓고 중과 함께 얘기했네

  片片晴雲拭瘴天    薺田蝴蝶白翩翩
  偶從屋後樵蘇路    遂過原頭穬麥田
  窮海逢春知老至    荒村無友覺僧賢 
  且尋陶令流觀意    與說山經一二篇       [春日游白蓮寺]

「봄날 백련사에 노닐면서」라는 제목의 이 시는 다산이 귀양살이 8∼9년째이던 시절, 다산초당에 은거하면서 한창 학문연구에 몰두하던 시기로, 초당에서 멀지 않은 백련사를 찾아가 노닐면서 지었던 시로 여겨집니다. 전라도 강진의 유배지에서 다산이 가장 많이 찾았던 절로는 강진읍 뒷산에 있던 고성사(高聲寺:일명 보안산방)와 백련사인데, 백련사는 다산과 가장 친하게 지냈던 혜장선사가 계시던 곳이어서 유독 자주 찾아가 시를 짓고 차를 마시던 곳이었습니다. 궁벽한 바닷가에서 봄을 맞으니 세월이 빠름을 느끼며 늙어감을 알아차리고 황량한 시골에 벗조차 없어 다정한 스님이 더욱 반가웠음을 토로한 시에서 그의 외로움과 쓸쓸함을 느끼게 해줍니다.

냉이밭에서는 하얀 나비가 날고, 맑은 조각구름으로 하늘이 열린 바닷가 풍경이 봄날의 향수를 간절하게 느끼게 해주니, 외로운 나그네이자 유배객인 다산의 심사가 그대로 드러나 보입니다. 다정하게 지내던 친구 하나 없이, 유학자와는 자주 어울릴 수 없던 다산으로서는 스님들이 그렇게 반갑고 다정했다니 아픈 그의 마음이 저리게 느껴집니다. ‘국화 따던 동쪽 울타리 아래서 유연하게 남산이나 바라본다.’ 던 도연명의 시구가 생각나서, 쓸쓸함을 견디려고 스님과 마주 앉아 산의 지세나 산맥을 가르쳐주는 ‘산경’이나 함께 읽는다는 대목이 더욱 처연한 분위기를 자아내게 해줍니다.

박석무 드림

 
 

출처 : 이보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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