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던 길 멈추고

[스크랩] 태학산/천안

문근영 2011. 4. 24. 16:27







(위의 사진은 천연동굴 입구입니다)



시산제

저의 세번째 산행이었습니다
천안에서도 아주 가까운곳인 태학산을 다녀오게 되었지요
천안에 7-8년을 살면서도 이렇게 가까운 곳에 이렇게 좋은 산이
있다는걸 알아차리는일도 참 새삼스러운 일인것 같습니다
거기다 봄 내음까지 마음껏 즐길수 있는 하루 였으니
저로서는 금상첨화일 수밖에요....

전 오늘에서야 연분홍 진달래가 활짝 피었다는것을
알아챘으니 산다는게 때로는 허무하다는 생각도 드네요
다람쥐가 쳇바퀴돌듯 그렇게 하루하루를 까먹고 있는틈에
세월은 앞으로 앞으로 쉬임없이 전진하고 있었거든요
그걸 알아차리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것은
아닌지 싶어 오늘만이라도 맘껏 신선한 공기를
마셔야 겠다는 각오도 해보게 됩니다

태학산은 얼마전에 자연휴양림을 조성해 놓은터라
근교의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었답니다
작고 예쁜 아생화 단지도 아이들에게 배울거리를 제공해 주었고
산도 해발 455m로 비교적 낮은 편이라 가족끼리의 나들이
코스로도 적당해서 많은 이들에게 좋은
휴식처가 되어 주는것은 물론이었구요

또 특이한것은 바위로 이루어진 천연동굴이었습니다
동굴속에는 법당을 모셔두고 이곳을 찾는이들을 맞이하기도 했는데
작은 입구를 쫓아 들어가보니 가지런히 놓여있는 촛불과
열심히 기도드리고 있는 한 아주머니가 눈에 띄었습니다

무언가 간절히 바라는 것이 있을때 이곳에 와서
기도를 드리게 되면 이루어 진다고 믿는
순박한 사람들이 그곳을 자주 찾는답니다

오늘은 특별히 저희 모임에서 시산제를 올리는 날이었습니다
한해의 안전산행을 기원하는 의미로
산신에게 올리는 제사의식이기도 한데 산을 좋아하고
아끼는 사람들이 산에서 발생할수 있는 온갖 사고들을
예방할수 있게 해 달라고 기원하는 엄숙한 제사 의식입니다

우선 푸짐한 시루떡과 각종과일 그리고 제사에 필요한 각종음식들을
준비해서 정성스럽게 차려놓고 돼지머리도 중앙에 잘 놓아두고
색다른 것은 등산장비를 제사음식옆에 놓았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뭐 꼭 그래야 한다기 보다는 이러한 장비들로
산행을 하고 있으니 산신께서 잘 보살펴 달라는 의미로
놓여지게 된 거랍니다)
이제 순서에 따라서 제를 올립니다
마지막으로 산악인 선서를 제창한 다음 마치게 되었습니다

여기서도 제가 느낀것들 중 하나는
대부분의 제사의식은 남자분들이 주축이 되어 제를 올리는데
우리들은 여자니까 절 안해도 되겠지....
하며 자신을 낯추어 버리는 여자분들이 몇몇 계셨습니다
자신들의 자리를 스스로 버리는 그분들의 모습을 보면서
아무리 남녀 평등이니 여성의 불합리니 하면서 떠들어도
소용없는 일일 거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여성들 자신이 자신의 자리를 찾지 않고
아무렇지도 않게 버려버리는 일이 더 많았기에
종종 아쉬움을 느끼게 되는 일이 더 많은 때문이기도 합니다

아무도 그분들에게 자신의 자리를 그렇게 함부로 하라고
말한적 없었지만 그것이 우리들 대부분의 모습이기도 했기에
그분들에게 무어라 할말은 없었습니다

다만 자신에게 주어진 소중한 권리를 스스로
버리려 애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시산제를 지내는 내내 머릿속에 머물러 있었지요




참고로 시산제를 드리는 몇가지 상식에 대해 적어 보았습니다


산제의 제수는 돼지머리와 북어, 시루떡, 3가지 색 이상의 과일,
초 2자루와 향, 술 등이 기본입니다.
음식은 원래 우리 것이 아닌 것을 올릴 수도 있으나
술만큼은 반드시 탁주를 써야 한답니다
소주가 휴대하기에 편하다고 편법으로 소주를 올리는 사람도 있지만,
소주를 쓰는 산제는 올리지 않는 것만 못하다는 것이 연로한
산악인들이 한목소리로 지적하십니다
또 최근 산제에 양주나 포도주 등이 등장하기도 하는데,
이런 무지는 피해야 하는 것이 산악인의 상식이랍니다.

시산제는 제상에 술과 음식을 많이 차리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회원들 모두가 경건한 마음을 가지고 제사를 올리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특히 제를 올리는 동안 웃고 떠들거나 제를 올리기도 전에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행위 등은 시산제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것이라 하겠고.
또 시산제 후에 남은 음식이나 쓰레기를 아무 곳에나 버리는 행위 등도
산악인의 양심을 저버리는 일임을 명심해야만 합니다




태학산 자연휴양림



아름다운 사람 지기 나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