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던 길 멈추고

[스크랩] 악양 청보리 들녁에서..

문근영 2011. 4. 20. 09:23
  악양 청보리 들녘에서

 

올 봄은 유난히고 곱고 화려하면서도 수선스럽고 요란했다. 골마다 매화더니 길마다 벚꽃이다. 그러다 들에는 노란 유채꽃과 한 쪽에서는 청보리가 한창이고, 또 한 쪽에선 꽃들이 산으로 올라 산마다 진달래와 철쭉이 온 산을 붉게 물들이고 있다. 조금만 발걸음이 무디어도 이 좋은 세상들이 쉬이 지나가 버리고 마니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 찾아 나선다면 아직도 늦지 않을 것이다. 들마다 강마다 산마다 꽃들은 연초록사이를 비집고 제 모습을 팡팡 터트리고 있으니 바쁘단 핑계 그만 대고 대문 밖을 나서볼 일이다.

 

악양은 지리산 남부릉과 형제봉 줄기에 둘러 쌓인 그림같이 아늑한 고장이다. 박경리의 토지 무대인 평사리로 더 알려진 곳이다. 하동군에서는 넓은 들판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배기 마을에 최참판댁과 소설 속의 마을을 복원하여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이 곳에 들르면 누구나 서희가 되고 길상이 된다. 최참판댁 솟을 문 앞에서 내다보면 푸른 악양들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들이 넚어 물산이 풍부하니 토지와 같은 이야기 하나 쯤은 생겨날 만한 고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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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곳 악양 넓은 벌에는 초록의 물경이 출렁이고 있다. 청보리와 청밀이 봄바람에 매무새를 흐트리고 있는 들판을 바라보노라면 마음까지 툭 터지고 가슴까지 시원해 진다. 이제는 지난 이야기가 되어 버린 보릿고개의 배고픔이 아닌 넉넉하고 풍요로움이 넘치는 그런 모습이다.

 

청보리 밭 앞에 서면 우리 민족의 격어 온 고난의 정서가 묻어난다. 역경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잡초처럼 모진 생명을 이어 온 우리 민족의 역사성 말이다. 그것은 아마 모진 추위를 이기고 자라는 보리가 인고의 상징이자 배곺음을 이기는 줄기찬 생명의 상징성이어서 그러나 보다.

 

보리가 청록이라면 밀은 연두여서 드넓은 들판이 드문드문 색의 층이 이루어져 더 멋스럽게 보인다. 짙은 보리가 투박스럽다면 옅은 밀은 곱고 반지럽다. 보리가 곧곧하다면 밀은 작은 바람에도 물결을 친다. 그래서 보리가 더벅머리 남자라면 밀은 어쩐지 생머리의 여자같은 느낌이 든다. 아무래도 보리가 토속적이라면 밀은 수입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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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보리와 밀이 온통 악양들을 뒤덮고 있

다. 군데군데 자운영이 초록 사이로 붉은 빛

을 발하고는 있지만 그래도 느낌은 초록의 세상이다. 들 가운데 서 있는 소나무 두 그루는 언제 보아도 동화속의 세상 같다. 다소 곧이 정겹게 마주보며 지내온 두 구루에서 세월이 남긴 이야기를 되새겨 본다. 저 나무

두 그루가 없었더라면 악양들이 얼마나 허

전했을까? 사진쟁이들은 아마 촬영의 포인

트 하나쯤은 잃었을 것이다.

드넓은 푸른바다 같은 밀밭 사이로 카메라를 메고 이곳저곳 기웃거리는 사람들이 눈에 띤다. 봄 못자리판을 만드는 일꾼의 손길을 보면 한 편으로는 미안할 일이지만 농부들도 이맘 때면 의례 그러려니 하며 눈길 한번 주지 않는다. 푸른 청보리와 넉넉한 인심이 함께 어우러진 덕이다. 그냥 할일 없이 거닐기만 해도 몸과 마음이 파란색으로 물들 것 같은 곳이다.

 

                                                     2007.  4.  25      For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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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참판댁 대문에서 바라본 악양들

08.jpg악양들 청보리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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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같은 소나무 두 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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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운영이 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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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안쪽에서 바라본 악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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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마을 숲 '취간림'

  들으시는 곡은 '오월의 경치' 입니다
 저의 홈페이지 '숲과 사람'(forman.pe.kr)에 가시면 모두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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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 홍 택 (011-608-9505)
 산, 숲, 야생화, 아름다운 자연 속에 꿈과 희망을~~!!
 
저의 홈페이지 숲과사람 (forman.pe.kr)에  오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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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이보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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