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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로스쿨과 입학정원 / 안경환

문근영 2011. 4. 20.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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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과 입학정원


‘로스쿨’ (법학교육 전문대학원)의 도입이 목전에 다가 왔다. 정부가 제출한 법률안이 국회에 접수되어 있고, 지난 2월 15일 국회 교육위원회가 주관하는 공청회가 열렸다. 찬, 반 양론이 격렬하다.

정부안대로 법률이 확정되면 어떻게 달라지는가? 2008년부터 전문대학원이 문을 연다. 전공에 무관하게 학사과정을 마친 사람만이 입학할 수 있다. 2012년부터는 로스쿨 졸업생만이 변호사 자격시험을 치를 수 있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현재의 법학교육과 사법시험 제도에 대한 일대 혁신이 일어나는 것이다. 똑똑한 고교 졸업생 대신, 전공과정을 거친 성숙한 사람을 상대로 법학을 교육하게 된다. 학력과 전공에 무관하게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응시할 수 있는 변호사 시험을 전문 대학원 교육을 받은 사람만이 치를 수 있다.

법이란 무엇인가? 세상의 문제를 제기하기보다는 푸는 것이 법이라면 천재보다는 어른의 영역이다. 지극히 다양하고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 갈등의 양상은 구구하다. 종래의 전형적인 민, 형사사건의 범주를 넘어선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특히 과학, 기술과 관련된 분쟁은 삶의 질적 수준에 직결되어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대학원 과정으로서의 법학은 시대적 요구이기도 하다.

로스쿨의 입학정원에 관한 논란

반대론의 논거는 구구하다. 그러나 핵심은 로스쿨의 입학정원이다. 대법원과 대한변협의 기본 입장은 변호사 수의 급격한 증가를 방지하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 수준인 연간 1천명 이상의 증가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런 기본 틀 속에서 책정된 안은 학교 당 150명을 상한으로 하고, 나라 전체의 입학정원을 1,200명으로 한정하는 것이다. 많은 법대의 위상은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존립 자체까지도 걸려 있은 문제라 반대의 목소리가 높은 것이다. 이 문제는 앞으로 나라 전체의 입장에서 결정될 일이다. 국립과 사립, 서울과 지방, 국제적 경쟁력과 형평적 고려 등등, 여러 요소가 고려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만 여기에서는 여태껏 논의과정에서 제기되지 않았던 두 가지 논점만 강조하고자 한다.

첫째, 입학에 있어 자연계 출신에 대한 특별한 배려가 이루어져야만 한다. 법학교육을 전문대학원의 몫으로 삼으려는 주된 이유는 타 학문의 성과를 법학에 반영하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전통적으로 법학은 인문학 내지는 사회과학으로서의 속성이 농후했다. 그래서 법률가들은 자연과학에 낯설기 십상이다. 그런 나라는 일류국가가 되기 어렵다. 현대사회에 법학은 종합학문이여야만 한다. 인문학, 사회과학은 물론, 예술과 자연과학의 성과를 사회전체의 복리와 발전을 위해 현실의 제도로 만드는 것이 법의 몫이다. 현대사회에서 인간의 삶의 질은 자연과학의 성과를 어떻게 법이 보호하는가에 따라 좌우되다시피 한다. 법은 ‘과학, 기술의 따뜻한 비단이불’이어야 한다. 그런가 하면 자연과학의 세계에서 경시되기 쉬운 윤리와 공익의 제약을 가하는 것 또한 법의 임무다. 세계에 드러내 놓고 망신당한 ‘줄기세포’ 사건도 자연과학의 세계와 법과 윤리의 세계가 적정한 조화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과학, 기술의 선진국은 법에 있어서도 선진의 체계를 갖추고 있다. 우리 사회의 치명적 약점은 과학, 기술과 법의 조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데 있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하면 로스쿨은 자연과학도들을 수용하여 교육하는 것이 긴요한 과제다. 자연과학도 출신 법률가는 활동의 영역이 넓을 뿐만 아니라 나라의 경쟁력 제고에 결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다.

자연계 출신과 외국인 학생에 대한 배려 있어야

둘째, 외국인 학생을 널리 수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여태껏 앞서 근대화의 길을 밟은 서구의 법제도를 배우는 데 급급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근대화와 민주화, 상호 충돌 될 수 있는 두 개의 과제를 동시에 이룬 경이로운 나라로 인식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험은 아직도 두 과제를 붙들고 씨름하는 나라들에게 좋은 교훈이 된다. 우리의 로스쿨에 외국인, 특히 아시아 제국 등 개발도상국의 인재들을 수용하여 장래의 동반자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우리들 중 많은 동료가 청년시절에 외국 유학에서 얻었던 지식과 체험이 은연중에 그 나라의 제도에 대한 신뢰와 믿음으로 이어지지 않았던가? 외국학생의 입학은 별도 정원으로 관리하면 되고 국내 법률시장에 대한 위협도 되지 않을 것이다. 또한 그들의 교육에 필요한 외국어 능력을 갖추는 데도 기여할 것이다.

로스쿨 도입을 앞두고 진지하게 고민하자. 이미 세계의 중심 국가 반열에 들기 시작한 대한민국을 장차 어떤 나라로 만들 것이며, 그러기 위해 어떤 인재를 키울 것인가를.

 

글쓴이 / 안경환
· 서울대 법대 교수
· 한국 헌법학회장
· 前 서울대 법대 학장
· 저서 : <미국법의 이론적 조명>
           <그래도 희망은 버릴 수 없다>
           <반대의 자유> <양심적 병역거부> 등 >  
 
      

출처 : 이보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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