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섬 홍도
홍도는
남색바다위에 떠 있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우면서 가장 외로울 것 같은
그래서 금방 엽서라도 날아 올 것 같은 섬이다.
갯바위를 두드리는 파도를 내려다보는 하얀 등대와
긴 머리 소녀가 애처로운 눈으로 뭍을 그리워하며
외로움에 젖어 풍덩 빠져 버릴 것 같은 섬이다.
홍도는
눈썹 치켜세운 파란 눈의 서양 여자가 아닌
흰 이마에 검정머리의 아담한 우리 아낙이며
크고 삐쩍 마른 키에 에스 라인의 여자가 아닌
작은 키에 통통하고 둥근 얼굴의 우리 누나이며
덕지덕지 파우더 바르고 붉은 립스틱 칠한 여우가 아닌
하얀 백분에 동백기름에 연지곤지 찍은 포근하디. 포근한 우리 누이 같은 섬이다.
그래서 홍도는
관현악의 하모니가 아닌 트로트풍의 사박자이며
기름 냄새 나는 서양화가 아닌 담백한 수묵화이며
장문의 미사여구보다 칠언절구 한 줄로 표현해 버리고 싶은
깊디깊은 우리 섬이다.
홍도는
우리 냄새가 나는 이 나라 제일경의 우리 섬이다.
애국가의 첫머리의 영상이 펼쳐지던 섬
지금도 실핏줄에 온기가 돌 것 같은 붉은 섬이며
총각 선생과 섬 처녀의 사랑이야기가 아직 남아 있을 것만 같은
막걸리 잔에 젓가락 두드리며 기억해 내고 싶은 따뜻한 우리 섬이다.
홍도는 한 번 쯤 찾아 가고 싶다 할 때부터 갖가지 상념들이 온 마음을 들쑤시고 흔들어 대다 마침 내 열병처럼 가슴에 불을 질러서 가지 않고는 못 배긴 섬이다. 그래서 홍도는 눈이 앞서기보다 가슴이 먼저 가는 정겨운 섬이며 너무 멀어서 두려울 것 같으면서도 너무 가까이 있을 것만 같은 내 땅 우리 섬이기도 하다.
홍도는 한번 가보고 그만 둘 섬이 아니다.
누이 만나러 가듯 자주 나서고 싶은 섬이다.
코발트 남색 바다가 그리운 날도 좋고,
바위섬들이 안개 속에서 숨는 듯 떠 있는 날도 좋다.
아침저녁 붉게 물든 바다도 좋고
비끼는 햇살을 안은 붉은 바위섬 또한 제격이다.
연두색 상록림과 배추 색 봄 바다도 좋고
바닷바람에 흔들어 대는 노랑 원추리의 여름이나
짙푸른 바다위에 그림자 길게 드리운 가을이나
찬바람 벼랑 위의 소나무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유난히 무더운 여름, 더위가 지칠 줄도 모르는 8월이 다 가는 막바지 날
지겹도록 내리던 비가 멈추던 날 홍도를 찾았다. 투명한 남색 여름바다 위에 그림자 드리운 기묘한 바위들의 이야기와 경관에 감탄하며 더위도 잊은 채 홍도의 절경에 빠져들었다. 더구나 더없이 귀중한 해넘이 사진 한 장을 얻은 것은 나에게 또 다른 홍도의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2007.
8. 25 For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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