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던 길 멈추고

[스크랩] 무주 구천동이 붉개 타오른다 / 정홍택

문근영 2010. 11. 25. 12:36
무주구천동이 붉게 타오른다.


가을 숲은 화려하다. 침묵으로 감내하던 여름 숲이 어느 날 갑자기 활활 타오르며 요란하게 치장을 해대기 시작한다. 한 해를 보내며 숲이 벌이는 마지막 잔치인 셈이다. 이렇듯 나무들의 화려한 색채 놀음은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값진 선물이요 완벽한 아름다움이다. 자연에서 가을이 없다면 우리는 결코 생명들이 펼치는 완성을 보지 못할 것이다. 완성이 없는 과정은 얼마나 지루하고 고달픈 일인가? 변화가 없음 또한 속박일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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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발트 빛 가을 하늘이 높아지면 온 나라는 단풍으로 또 한 번 홍역을 치른다. 가을 따라 숲은 산등을 타고 남으로 내려오면서 산굽이와 산허리를 돌고 숲과 계곡과 바위들과 어우러지며 이 산하를 곱게 단장한다. 이 때 즘 사람들은 삶의 무거운 짐들을 잠시 부려두고 훌쩍 집을 나선다. 산이 저리도 고운데 발색해버린 도시의 귀퉁이에서 옅은 가을볕으로 만족할 수는 없어서 일 게다.

 

생명이란 본시부터 태어나 그 명을 다하는 순간에는 장엄하도록 아름다워 화려한 감동과 설렘을 남기기 마련이다. 이렇게 생명이 맞이하고 보내는 계절의 마디마디에 작은 흔적을 남기는 고운 산과 계곡을 찾아 나서는 일이 얼마나 행복한가? 그 작은 행복을 마다하고 접어둘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이런 나라에 삶의 터를 잡은 우리는 확실히 복받을만한 민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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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천동이라 했다. 골짜기란 골이 깊을수록 동이 많아지는 법이다. 칠동, 팔동만 되어도 심산유곡일진대 구천이라 했으니 가히 무한수라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우리말에 구(九)자가 들어간 말은, 많다는 뜻과 끝없이 넓고 높고 깊다는 의미를 가진다. 한국인의 정서에서 접두사 九는 무량함을 나타내기도 하여, 사방사우의 하늘은 九天이고, 구만장천은 한없이 높고 넓은 하늘을 말하며 굽이굽이 구곡(九曲)이 있고 九重이 있으며 九折羊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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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구천동은 구절양장 같은 깊은 계곡이어서 얻은 이름이리라 여겨진다. 덕유산이 품고 있는 장장 70리의 계곡, 오수자굴에서 발원한 물인 구천동천이남대천을 이루고 곁가지들이 모여 금강을 이루는데 흔히 이르는 구천계곡은 나제통문에서 백련사까지의 내구천을 말한다.

 

그런 구천동이 지금 물과 단풍이 함께 흐르고 있다. 가을빛은 올해도 어김없이 구천동에 내려앉아 있다. 구천동뿐만 아니라 덕유산 사계는 언제고 아름답다. 봄의 철쭉, 여름의 녹음과 시원한 청류, 가을의 단풍이야 말할 필요도 없지만 정상 주릉의 겨울 설경은 또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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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한 덕유산 중봉에서 갈라진 구천동은 어느 계곡 보다 깊고 경관이 뛰어나다. 물이 많고 또한 맑아 곳곳이 소(沼)나 담(潭)이요, 돌아가면 작은 폭포들이다. 인간의 상상력을 동원한 소나 담에 얽힌 이야기들 또한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색다른 맛이다. 마음을 비우고 조금은 여유롭게 걷는 길 내내 반석을 타고 넘어 바위를 감아 도는 물소리들이 함께한다. 넓고 경사가 완만해 산책하듯 걸을 수 있어서 남녀노소뿐만 아니라 유모차까지 밀고 다니는 길이다.

 

계곡 따라 백련사까지 가는 6㎞는 전통 산수여서 비 오는 날이나 안개 낀 날은 굽이굽이 산과 바위와 벼랑이 함께 어울려 한 폭의 수묵 담채화를 그려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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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가볍게 걸어도 가을의 정취를 느끼기에는 충분한 이 길은 쉬엄쉬엄 걸어도 왕복 네 시간이면 충분하다. 물론 힘이 넘친다면 향적봉을 올라 남덕유산 40리 주릉을 바라보는 것도 좋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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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유별나게 여름이 길고 비가 많아 단풍이 곱지 못한다더니 가을비가 그치자 나무들이 한 순간 화들짝 피어나 제각각이 고운 잎으로 치장을 하며 산도 물도 바위도 가을 빛에 흠뻑 젖어 들었다. 물에 담긴 하늘과 단풍이 되레 더 곱다. 빨강, 노랑, 갈색, 적등색에다 채 물들지 않는 연두색 잎들이 늦 가을 햇살에 보석처럼 반짝이다 못해 현란하기까지 하다.

 

구천동 계곡 단풍은 시월 하순경부터 절정을 이루다 11월 첫 주까지 이어질 것 같다. 여유가 있다면 스키장 리프트카를 타고 정상에 올라 백련사 쪽으로 내려 구천동을 따라 내려오는 것도 좋을 것이다.

 

                                    2007. 10. 27  For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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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으시는 곡은 Claude Choe (클라우드 최) 의 Travel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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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 홍 택 (011-608-9505)
 산, 숲, 야생화, 아름다운 자연 속에 꿈과 희망을~~!!
 
저의 홈페이지 숲과사람 (forman.pe.kr)에  오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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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이보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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