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그것은 안개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서 밖으로 나오면, 밤 사이에 진주해 온 적군들처럼
안개가 무진을 빙 둘러싸고 있는 것이었다.
무진을 둘러싸고 있던 산들도 안개에 의하여 보이지 않는 먼 곳으로 유배당해 버리고 있었다.
안개는 마치 이승에 한(恨)이 있어서 매일 밤 찾아오는
여귀(女鬼)가 뿜어내 놓은 입김과 같았다.
해가 떠오르고 바람이 바다 쪽에서 방향을 바꾸어 불어오기 전에는
사람들의 힘으로는 그것을 헤쳐 버릴 수가 없었다.
손으로 잡을 수 없으면서도 그것은 뚜렷이 존재했고
사람들을 둘러쌌고 먼 곳에 있는 것으로부터 사람들을 떼어놓았다.
- 김승옥의 <무진기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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