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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성호 이익의 음악현실 비판 / 송지원

문근영 2010. 10. 1. 09:09

제29호 (2007.1.10)


성호 이익의 음악현실 비판


송 지 원(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 책임연구원)


조선시대에 음악을 논한 이들은 전문 음악가가 아닌 지식인이 대부분이었다. 이들은 구체적인 음악현실보다는 음악이론을 논하는데 주력하여 다양한 악론(樂論)을 전개하였다. 그 악론은 조선시대 음악이론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 올리는 역할을 했다. 성호 이익도 그런 사람 가운데 하나였다. 


악기는 있는데 적당한 연주자가 없게 된 까닭


음악 이론을 심오하게 논한다 해서 당시 음악이 처해 있는 현실도 예리하게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특히 한 꺼풀 덮여져 잘 드러나지 않는 문제는 깊은 시선을 갖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법이다. 그러나 성호는 그러한 문제를 잘 찾아내고 들추어내었다. 무엇이 문제인지, 사람들에게는 관심조차 없는 그런 현실이 성호에게는 잘 보였다. 성호가 비판한 몇 가지 음악현실이 성호의 예리한 시선을 잘 드러낸다. 그 중 하나의 일화를 소개한다.


이내경(李來慶)이라는 성호의 친구가 있었다. 거문고 연주가 뛰어난 인물이다. 거문고 실력 덕분에 어느 재상이 천거하여 장악원(掌樂院)에서 석경(石磬) 만드는 일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내경이 궁 안을 드나들면서 들은 이야기들은 성호에게 곧잘 전해졌다. 친구가 전해주는 이야기들을 성호는 결코 흘려듣지 않았다. 결국 그 이야기 중에 의미 있는 내용은  『성호사설』에 남겨져 우리에게 전해진다.


이내경이 성호에게 전해준 이야기이다. 왕손(王孫)인 남원군(南原君) 이설이 연경에 갔을 때의 일이다. 남원군이 소(簫)를 잘 부는 도사(道士)를 만났는데, 그 소리가 썩 훌륭하여 동행한 일행 중에 누군가가 배워서 돌아갔으면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같이 간 일행 중에는 배울만한 사람이 없었다. 이에 연경 사람들은 조선에 사신을 보낼 때 반드시 소사(簫師)를 함께 보내줄 것이니 악공(樂工)에게 배우도록 하라는 약속을 했다. 이후 중국에서 사신 일행과 함께 악사가 조선에 왔다. 남원군은 음악을 배울 악공을 그곳에 데리고 갔는데 관반대부(館伴大夫)가 들어가지 못하게 하여 결국 배울 수 없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성호는 이런 이야기를 『성호사설』에 소개하면서 이렇게 글을 마무리 하였다.


“우리나라 사람의 옹색하고 비루함이 이와 같으니, 지금 장악원의 여러 악기가 그 물건은 있지만 적당한 연주자가 없게 되는 일이 또한 많아질 것이다. 슬프다!”    

성호가 걱정한 내용은 현실이 되었다. 당시 궁중에서는 소의 연주전승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소는 이미 고려시대부터 연주되던 악기였지만 양란 이후 연주전승이 어렵게 되었다. 악기연주 방법이 잘못되어 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한 것이다. 소의 연주방법을 고쳐야 한다는 논의가 『영조실록』에 실린 것만 보아도 연주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음이 확인된다. 전승이 어려워진 악기에 대해 영조가 직접 개입한 것은 그 악기가 제례악 연주에 사용되기 때문이다. 성호의 걱정은 당시의 음악 현실을 분명히 파악한 데서 나온 것이고, 그의 우려는 기우가 아니었다.


“한 번 변통하려 하면 떼 지어 일어나 떠들어대니,…”


이내경은 궁 안에서 일하면서 답답한 일이 있으면 성호에게 자주 털어놓았다. 이내경의 하소연에 성호는 이렇게 대답한 적이 있다.


“그것이 어찌 악률(樂律)뿐이겠는가? … (무엇이든) 한 번 변통하려 하면 떼 지어 일어나 떠들어대니, 사소한 것도 그러한데 하물며 심원한 것은 어떻겠는가?”

잘못된 것은 개혁해야 하는 법이다. 그런데 개혁해야 할 것을 개혁하지 않고 말만 무성하고 떼 지어 떠들어대는 현실에 대해 성호는 비판하였다. 성호의 이런 비판은 음악현실에 한정된 것만은 아니다. 복지부동하는 관료들의 태도 전체에 관한 것이다. 관반대부의 저지로 악기를 배울 수 없게 된 현실, 잘못된 점을 변통하려는데 떼 지어 일어나 떠들어대는 관료들. 성호의 이런 걱정은 지금 이 시대에도 여전히 남아 있고, 성호의 비판은 지금 이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글쓴이 / 송지원

· 서울대학교 규장각 한국학연구원 책임연구원

·  논문: 「정조의 음악정책 연구」 외 다수

·  공역: 『다산의 경학세계』, 한길사, 2002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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