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5월입니다! 5월이라니요. 해가 바뀐 지도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말입니다. 3월이 되어 입춘을 맞이할 때도 그래도 아직은 추우니까 연초라며 날아가는 시간을 애써 외면하려 했습니다만. 잔인한 4월도 지나고 이제는 정말 5월입니다. 며칠 비가 내리는 바람에 살짝 쌀쌀해진 날씨로 춥다고 엄살을 피우는 걸 보니 정말 이제 봄은 봄인가 봅니다.
흐드러지게 폈던 벚꽃들은 이제 슬슬 그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지만, 봄은 아직 한창입니다. 바쁜 일상을 잠시 벗어나 쉬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가지고 있겠지만, 막상 삶의 터전을 뒤로하고 먼 곳을 다녀오는 것은 부담스러운 것 역시 사실이지요. 주말이면 웬만한 곳들은 사람들로 북적거려 휴식보다 오히려 스트레스만 얻고 왔던 기억, 한 번 쯤은 있으실 겁니다.
그래서 오늘은 멀리 가지 않고도 조용한 휴식을 취하실 수 있는 곳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바로 '왕릉'입니다.
도심 속 공원으로서의 왕릉
서울 곳곳에 조선시대의 왕릉이 있다는 사실은 아마 많은 분들이 이미 알고 계실 겁니다. 유동인구가 많은 선릉이나, 태릉입구 같은 곳들의 지명은 각각 성종의 왕릉인 '선릉', 문정왕후의 왕릉인 '태릉'이 위치한 연유로 붙은 것이지요. 하지만 왕릉, 얼마나 가보셨나요?
왕릉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전통문화 유적입니다. 하지만 왕릉을 단순한 문화 유적으로만 치부하기에는 아까운 면이 있습니다. 도심 속에서 왕릉처럼 조용하고 아늑한 곳은 찾기 힘들 것입니다. 왕릉은 도시민들에게 하나의 공원으로서 매우 훌륭한 존재입니다.
왕릉은 조선시대의 왕이 영면하고 있는 신성한 곳입니다. 그래서 여타 유원지와는 달리 못하는 것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우선 지나치게 큰 소음이 발생하는 행위는 하지 못합니다. 확성기나 앰프 등의 기기는 가지고 들어갈 수도 없습니다. 또한 능 안에서는 취사 역시 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왕릉에는 소음도, 고기 굽는 냄새도 없습니다. 그 대신 지저귀는 새소리와 상쾌한 나무 내음이 가득한 곳이지요. 서울에서 숲을 느끼는데 왕릉만 한 곳도 없습니다. 게다가 왕릉을 통한 역사 교육까지 곁들인다면, 도심 속 휴식처로 이보다 좋은 곳이 있을까요?
조선 왕조의 수도였던 현재의 서울과 근교에는 당시의 왕릉들이 비교적 잘 보전되고 있습니다. 그 중 행정구역상 서울 내에 위치해 찾아가기 멀지 않은 5곳의 왕릉들을 소개해드릴텐데, 먼저 서초구에 위치한 헌인릉과 강남구의 선정릉입니다.
가까운 곳에서 교외의 기분을 느낄 수 있는 헌인릉
헌인릉은 행정구역상 서초구에 위치해 있는 능으로서, 조선 3대 태종과 그의 비 원경왕후 민 씨의 헌릉, 그리고 조선 23대 순조와 그의 비인 순원왕후 김 씨의 인릉이 있습니다. 원래 1834년(순조 34년) 경희궁에서 순조가 승하하자 인조의 능인 장릉으로 모셨다가, 능지가 불길하다 하여 1856년(철종 7년)에 현재의 자리로 옮겨 헌릉의 옆에 인릉이 들어오게 되었다고 합니다.
헌릉의 산책길은 고즈넉하여, 조용히 걷기 참 좋은 길이다 (ⓒ 김재호)
헌인릉에 조성되어 있는 산책로는 아주 고즈넉합니다. 나무 사이를 따라 아늑하게 펼쳐지는 산책로는 그 길이만 2Km 가까이 됩니다. 앞으로도 계속 다른 능들을 살펴보시겠지만, 대부분의 능들에는 이처럼 숲을 통하는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습니다. 때 묻지 않은 울창한 나무 숲 속을 거닐다보면 마음이 절로 편안해집니다. 재충전이란 바로 이런 게 아닐까요?
도심에서 버스로 약 15분가량 더 나와야 하는 탓에 방문객이 다른 능들에 비해서도 특히 적은 편입니다. 한적한 여유를 느끼고 싶으시다면 이보다 더 좋을 곳은 없겠죠? 취사는 불가능하지만 도시락 정도는 문제없으며, 봄철 꽃구경에도 좋을 것 같습니다.
- 멀지 않은 곳에서 교외 외출 기분을 느끼고 싶으신 분
- 도시의 번잡함을 잠시나마 벗어나 조용히 쉬고 싶으신 분
TIP!!
- 현재 인릉은 정자각과 비각이 보수 공사 중에 있어 관람이 불가능하다
(2009년 7월까지 예정)
- 11시, 14시, 15시, 16시에 맞춰 찾아가면 해설사의 해설을 들으며 능침을
좀 더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 5월 15일까지는 산불예방 기간으로 산책로의 일부만 개방된다
강남 한복판에 자리한 울창한 숲, 선정릉
선릉은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입니다. 오피스들이 밀집해있는 삼성역과 역삼역이 바로 옆에 이웃해 있고, 분당선이 이어지는 지역적 특성상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지역인데요. 그런 도심 중의 도심에 울창한 숲이 있다는 것, 알고 계셨나요? 그 숲의 정체는 다름 아닌 선정릉입니다.
선정릉에서 휴일을 보내는 가족들의 모습이 정겹다 (ⓒ 김재호)
이곳은 조선 9대 성종과 그의 계비 정현왕후 윤 씨의 능이 있는 선릉, 조선 11대 중종의 능인 정릉이 함께 있는 곳으로 합쳐 선정릉이라고 불리는 곳입니다. 흔히 선릉으로 더 널리 알려져 있지요. 이곳에는 세 개의 능이 있어, 삼릉공원으로도 불린다고 합니다.
정주인구가 가장 많은 곳에 위치한 덕분에 접근성은 그 어느 능보다도 우수합니다. 그래서 많은 시민 분들이 이곳을 찾아 한가한 주말의 휴식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손을 잡고 벤치에서 휴식을 취하는 연인들, 아이들을 데리고 소풍 나온 가족들, 그늘 벤치에서 혼자 책을 읽는 사람들까지 다양한 이들이 숲을 찾고 있었습니다.
선정릉의 장점은 울창한 숲과 그 사이를 통과하는 산책길입니다. 대부분 능의 산책로는 능을 한 바퀴 도는 식의 단순한 형태로 조성돼 있는데, 선정릉의 산책로는 세 개의 능을 길들이 이어주어 격자형으로 다양한 코스로 걸을 수 있는 형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산책로를 감싸 안고 있는 숲 역시 다른 능들보다 훨씬 울창한 느낌입니다. 도심 속에서 이 만큼 나무 내음을 가슴 가득 담을 수 있는 곳이 또 있을까요.
이런 분에게 추천!
- 서울에서 숲다운 숲을 보지 못해 아쉬웠던 분
- 집에서 먼 곳은 가고 싶지 않다는 분
이미 많은 분들이 왕릉을 찾아 주말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신록의 계절 5월을 맞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왕릉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문화유산을 찾아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스크랩] 경북 봉화 청량산 청량사 (0) | 2010.09.23 |
|---|---|
| [스크랩] 원효스님 오도성지 평택 수도사 (0) | 2010.09.22 |
| [스크랩] ‘쌍석불’ (0) | 2010.09.22 |
| [스크랩] 화양동 마애각석서 (0) | 2010.09.21 |
| [스크랩] 능가산 내소사 대웅보전(부안) (0) | 2010.09.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