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던 길 멈추고

[스크랩] 섬진강 백리 벚꽃 길을 따라

문근영 2010. 9. 18. 07:56

섬진강 백리 벚꽃 길을 따라


올해는 벚꽃이 이르다더니 예년이나 다름없이 4월에 접어들어서야 꽃이 피기 시작했다. 강 따라 양 쪽으로 하얀 띠를 두르며 피어 있는 벚꽃 길을 사람들은 우리나라 아름다운 드라이브코스 10선에 올려놓았다. 나는 그 중 제일로 치고 싶다. 그 길 따라 남녘 섬진강변에 벚꽃이 요란하니 곧 온 나라가 벚꽃 세상이 될 터이다. 사람들은 이 맘 때면 문을 밀치고 나서서 한 번 쯤 섬진강변을 돌고 싶어 한다. 자연이 주는 은혜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 일터이다.

 

자연은 누군가가 보호하고 가꾸고 다스린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다. 있는 그대로 제 삶의 터에 자리하고 순응하며 살고 있는 제 모습 그대로 두는 것이 진정한 자연의 ㅊ참 모습일 것이다. 자연의 섭리를 거부하는 유일한 동물인 사람도 장엄하고 아름답고 수려한 자연 앞에 서면 자기도 몰래 빠져 들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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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백리 길이 그러하다. 봄의 연초록과 여름의 푸름과 가을의 단풍과 겨울의 하얀 눈발로 단장한다. 이른 봄 매화로부터 시작한 꽃 잔치는 강 따라 노란 산수유와 하얀 벚꽃이 한바탕 요란을 피우다 배꽃이 들판을 장식하고 나면 서서히 봄의 꽃 잔치는 그 막을 내린다.

 

섬진강 봄 꽃 잔치는 꽃의 주연만 곱고 아름다워서가 아니다. 섬진강 맑은 물과 하얗고 고운 백사장과 청청한 대밭들의 조연을 곁들어 주어서 더더욱 빛이 난다.  섬진강은 어느 강과 달리 빼어나고 험준하며 웅장한 지리산과 백운산 사이로 느릿느릿 휘돌아 남녘 바다로 흐르는 품이 좋다. 산수가 기막히게 조화된 강이다.

 

하얀 백사장은 항시 모남이 없이 품이 넓을 뿐 아니라 보드랍고 따뜻하다. 도시의 고단함과 각박함에 젖은 피로한 심신을 누일 수 있도록 언제고 받아들여 준다. 그 곳에 벌러덩 누워 물소리 들으며 하늘을 바라볼 수 있음은 섬진강이 주는 가장 큰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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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맘 때면 사람들은 섬진강 벚꽃을 보기 위해 집을 나선다. 곡성을 지나 구례에 다다르면 맨 먼저 우리나라 ‘100대 아름다운 길’을 만난다. 물 흐름이 정지되듯 호수 같은 강에 그림자를 담근 채 오산을 휘돌아 가는 길에서 이미 넋을 빼앗긴다. 푸른 섬진강에 빠진 산 그림자와 노란 개나리와 연분홍 개복성과 하얀 벚꽃의 절묘한 조화는 이곳에서만이 볼 수 있는 화려한 봄의 색채 향연이다. 이런 혜안으로 심고 가꾼 사람들의 노고에 감사드려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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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벚꽃 길은 백리 길 내내 어느 한 곳도 강을 비껴가지 않은 채 강과 함께 한다. 가끔씩 만난 노란 개나리도 좋고 막 피어오른 연두색 새잎들과 배추빛 강물 또한 좋다. 그렇다고 벚꽃은 이 길만이 피어 있는 것이 아니다. 화엄사, 천은사 계곡은 물론 피아골 계곡 모두 벚꽃들이 손짓한다. 악양 골도 그러하지만 강 건너 백운산 자락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골골이 산과 물과 작은 마을들이 벚꽃 속에 묻혀 또 다른 자연의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그러나 섬진강 벚꽃 길 중 아름다움의의 정점은 옛 화개장터에서부터 시작한 쌍계사 입구까지의 십리 길이다.(사실은 5km가 넘는다) 오른편 화개천을 따라 만개한 꽃 터널은 해가 뜨면 눈이 부시도록 화려하고 밤이면 오색영롱한 조명 아래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물론 이 길은 쌍계사에서 끝나지 않는다. 웅장한 지리산 깊은 자락을 파고드는 대성동 골짜기 따라 수 십리는 더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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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길은 섬진강 건너편 861번 지방도이다. 19번 도로보다는 늦게 심은 젊은 벚나무들이(약 20년생들이다) 해가 갈수록 하늘을 가리고 있다. 이 길은 광양 매실 마을로 유명한 다압을 지나 섬진대교까지 이어진다. 건너편 화개 벚꽃 길을 바라보며 달릴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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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으로 가보아야 할 곳 이 있다. 국도 19번은 섬진강을 뒤로하고 남해까지 이어진다. 섬진강이 끝나는 하동 IC에서 남해로 빠지는 이 길은 섬진강 백리 벚꽃 길에 버금갈 만큼 아름답다. 설천을 돌아 남해대교가 마주 보이는 곳에서 저녁노을에 물든 붉은 바다를 바라본다면 섬진강 백리 벚꽃 길은 오랫동안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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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색다른 곳을 소개하고 싶다. 남해를 지나 이동면에 접어들면 농업기술센터 옆에 작은 저수지가 있다. 장평저수지다. 방죽의 벚나무가 하얗게 꽃을 피워 저수지에 빠지면 한편의 파스텔화 같이 아름다움을 연출한다. 특히 맞은편 작은 논에 튜립과 유채가 어우러져 가히 환상적이다. 요새는 이름이 나서 전국적으로 많은 사진작가들이 찾고 있으며 전국 사진 공모전에 많이 출품된 소재이기도 한 곳이다. 지금은 벚꽃이 졌지만 4월 15일 경 튜립이 곱게 핀다. 이른 아침 일출과 함께 찍는다면 좋은 사진 한 장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벚꽃 길은 쫓기듯 달리며 차창 밖으로 내다보아서는 안 될 일이다. 몸과 마음을 놓아 버린 채 하얀 벚꽃의 세계로 빠져들어 눈으로 취하고 마음으로 대화하며 유유자적 느긋한 걸음으로 걷는다면 봄의 정취를 더 깊게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바람 부는 어느 날 하얀 꽃보라 라도 맞을 수 있다면 얼마나 환상적이겠는가?

 

    여기에 실린 사진은 4월 4일에서 6일 사이 3일간 촬영한 것들입니다.
       지금은 모두 졌을 겁니다. 매년 4월 5일 즈음이 절정임을 알려드립니다.

 

                     2008.  4.  8.    Forman

 

사진을 클릭하면 크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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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 문척의 100대 아름다운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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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변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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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리와 벚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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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의 화개 십리 벚꽃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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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과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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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 밭과 벚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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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의 설천 돌아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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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대교의 석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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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에 묻힌 영호남 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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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평 저수지 튜립과 벚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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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개 벚꽃의 야간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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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호남대교의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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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 홍 택 (011-608-9505)
 산, 숲, 야생화, 아름다운 자연 속에 꿈과 희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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