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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단체의 선거가 야당의 압승으로 끝났습니다. 바야흐로 지방권력의 교체기에 당면했습니다. 그 좋은 자리인 광역시장의 자리나 도지사의 자리도 내놓고 떠나야 하고, 시장·군수·구청장 등의 자리도 그냥 두고 떠나가야 할 사람이 수도 없이 많습니다. 교육자치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교육감의 자리도 교체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옛날의 제도와 일치되지는 않아, 딱 들어맞지야 않지만, 요즘의 크고 작은 지방관은 옛날로 보면 목민관으로 비교될 수 있습니다. 자리를 비워주고 떠나야 할 사람들이 어떤 태도를 취하고,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하는가에 대하여 다산은 그의 대저 『목민심서』에서 참으로 자상한 설명을 해놓았습니다.
요즈음 신문을 보면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낙선의 도의원들이 혈세를 낭비하면서 외유를 떠난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그만두게 되는 시장·군수들은 또 어떤 행위를 하고 있는지 심히 궁금한 생각을 아니할 수 없습니다. 다산은 12편으로 구성한 목민심서의 맨 뒤에 「해관(解官)」이라는 편을 두고 그 아래 여섯 조항을 두어, 벼슬을 그만두고 물러날 때의 깨끗한 처신을 소상하게 나열하였습니다. 다산의 기본정신은 우선 떠날 때 어떤 것도 가지고 가서는 안 된다는 주장입니다. ‘무소유’야 못하더라도 이것저것 챙겨서 잔뜩 가지고 떠나는 일이야말로 가장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깨끗한 선비의 돌아가는 짐 꾸러미는 모든 것을 벗어던진 듯 조촐하게 떠나야 낡은 수레, 야윈 말이어도 산뜻한 바람이 사람들에게 스며든다(淸士歸裝 脫然瀟灑 弊車羸馬 其淸飇襲人)”라고 말하여 허름하고 검소하게 떠나는 모습이 오히려 남들에게 감동을 준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비난과 욕을 얻어들으면서 거대한 궁실 같은 청사를 지어놓고 떠나는 사람들, 아직 준공을 못하고 떠나는 사람들, 아무리 아쉽고 서운하지만, 떠날 때는 역시 깨끗한 선비에게서 깨끗한 바람이 나도록(淸士·淸風) 깨끗하게 떠나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특정 지역의 토산품이나 특산물을 가뜩 챙겨서 떠나거나, 귀중품을 많이 가지고 떠나는 일이 없어야 함은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상자나 장롱은 새로 만든 것이어서는 안 되고, 주옥·포백은 토산품이 없어야 맑고 깨끗한 선비의 떠날 때의 소지품이다”라는 다산의 말씀에 귀를 기우려야 합니다.
특히 시골의 시장이나 군수들, 떠나는 뒷모습이 아름다울 때에만 그래도 사람대접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임기 만료 며칠 전에 인사나 징계를 단행하거나, 이권에 개입하여 더러운 모습을 보인다면, 그동안의 애쓴 노고가 모두 헛되고 만다는 것을 기억해야합니다.
박석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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