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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갑에는 등산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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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없이 회갑을 맞은 친구와 함께 얼마 전 네팔 여행을 다녀왔다. 인터넷으로 신청한 40대 젊은이까지 셋이서 보름 동안 안나 푸르나 지역을 트레킹했다. 현지 안내인 한 명과 짐꾼 두 명이 합류했지만 대개는 짐꾼들이 한참 앞서고 우리 넷이서 쉬엄쉬엄 뒤를 따라가는 단촐하고 호젓한 산행이었다. 해발 1천m에서 4천2백m까지 천천히 올라갔다 내려오는 일정이라 고소증도 겪지 않았다. 주변의 경관이야 말로 다할 수 없을 만큼 웅장하고 신비스러웠는데, 그보다 좋은 것은 오가는 내내 마음이 편하고 즐거웠다는 점이다. 일행 모두가 친구처럼 허물없이 친하게 된 것은 고산이 주는 축복일 것이다. 해발 1천m가 넘는 고산에서는 누구나 말을 놓는 친구가 된다는 독일 속담을 인용하면서 이 말을 해준 선배 얘기도 들려주었다. 그는 독일에서 민주화운동을 하다가 고국 땅을 밟아보지 못한 채 알프스에 묻혔다. 하산길에 후배들을 먼저 보내고 뒤처져 내려오다가 사고를 당했다고 한다. 부모를 모시고 선배를 대접하는 것은 동양적인 미덕인 줄 알았는데, 나이 많은 부모나 선배를 모시고 트레킹하는 서양 사람들이 드물지 않은 것을 보고 내심 놀랐다. 우리는 기껏 나이든 부모님을 여행사에 맡겨 해외 관광지에 보내는 것을 효도관광으로 여기는데, 서양인들은 부자나 모녀가 1천m 넘는 고산지대를 며칠 동안 함께 걸으며 친구처럼 대화를 나누는 진짜 효도여행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화, 컴퓨터, 텔리비전, 신문 따위가 없으므로 저녁을 먹고 나면 할 일이 없기 때문에 일찍 잠자리에 들게 되고 그러면 한밤중에 오줌이 마려워 잠을 깬다. 화장실에 가려고 마당에 나서면 하얀 설산의 봉우리들 사이로 수많은 별들이 쏟아질듯 반짝인다. 잠이 안 오면 편지를 쓰든가 등산지도를 보며 일정을 정리해본다. 산 속이라 편지는 물론 부칠 수 없다. 산을 내려와 도회지에 오니 영자 신문이 보인다. 한국의 총선 얘기는 없고 교도소에 처음 들어가는 사람을 발가벗겨 조사하던 관행을 폐지한다는 뉴스만 서울발로 짤막하게 실려 있다. 멀고 높은 데라 무거운 소식은 여기까지 도달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회갑에는 친구나 가족끼리 적어도 해발 1천m가 넘는 산길을 며칠 동안 함께 걷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국내에도 영남 알프스를 비롯하여 지리산, 거창 일대, 제주도, 설악산 등에서 고산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체력은 걱정할 것 없다. 일행 중 제일 못 걷는 사람에 맞춰 천천히 걸으면 된다. 천천히 걸으면 심심하니까 이런저런 얘기를 하게 되고 그것이 바로 트레킹의 좋은 점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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