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이 되어야 부화되어 곤충의 구실을 하다가, 여름이 끝나 가을이 오면 생을 마치고 지상에서 떠나가는 매미, 물정을 몰라도 한창 모르는 곤충일 뿐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하루살이는 어제 일도 모르고 내일의 일도 모르며 하루 동안만 살다가 떠나가는 미물입니다. 그런가 하면, 십장생이라고 부르는 동식물들은 천년을 산다고도 하고, 그 이상도 살아간다고 하지만, 그들은 모두 식물이나 금수여서 봄·여름·가을·겨울의 변화도 말해주지 못하고, 천년의 역사도 우리에게 가르쳐주지 못합니다. 그렇지만 인간만은 100년도 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춘하추동의 변화도 알고 역사의 변혁도 알고 살아갑니다.
봄과 가을인 「춘추(春秋)」라는 책은 중국 공자가 저작했다는 인류 최고 역사책 중의 하나입니다. 4계절을 모두 살아보아야만 봄과 여름의 차이, 가을과 겨울의 차이를 알면서, 세상의 변화를 알 수 있다는 것이 저 고대 중국의 장자(莊子)라는 분이었고 조선의 다산 정약용이었습니다. 장자는 그의 책 『장자』에서 “매미는 봄과 가을(春秋)을 알지 못한다”( 不知春秋)라는 말을 남겼고, 다산은 그의 유명한 정치변혁의 논리인 「탕론(湯論)」이라는 논문에서 장자의 그 말을 인용하여 자신의 주장에 대한 타당성의 근거로 삼았습니다.
여름 한철만 잠깐 살다가는 매미, 봄도 가을도 모르지만 겨울도 모르는데, 봄과 가을인 『춘추』가 역사책이기 때문에 겨울은 언급하지 않고 봄과 가을만 모른다고 했습니다. 4계절의 변화, 바로 인간 삶의 변화이자 역사의 변혁을 상징하기에 『춘추』라고 책의 이름이 되었을 것입니다. 이른바 ‘잃어버린 10년’이라 규탄하면서 모든 것을 10년 전으로 되돌리려는 정치 상황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10년이라는 세월, 얼마나 많은 봄과 가을이 지났고, 또 얼마나 크게 세상과 역사가 바뀌었습니까. 그런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촛불시위의 새로운 문화행사에 배후가 있느니, 좌파들의 부추김이 있다고 한다면, 유모차 몰고나온 주부들이 수긍이나 하겠습니까. 인터넷과 핸드폰 문자메시지가 세상에 가득 찬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사는 청소년들이나 국민들, 10만 40만을 누가 선동하고 부추긴다고 촛불 들고 나오겠습니까.
엊그제 시청 앞을 우연히 지나다가, 촛불의 화려한 율동을 보면서 봄도 가을도 모르는 매미들이 아직도 많이 살아있기에 저 화려한 촛불의 꽃밭을 구경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나라에 대한 우려와 걱정이 왜 없었겠습니까. 봄과 가을을 제대로 구별하는 세월이 언제쯤 올까요.
박석무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