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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포럼] 에너지 정책, 개방과 시민참여를 / 임성진

문근영 2010. 4. 6. 08:10

 

에너지 정책, 개방과 시민참여를


                                                    임 성 진(전주대 사회과학부 교수)

독일의 환경정책학자 마틴 예니케(Martin Jaenicke)는 선진국 사례를 비교분석한 결과 환경정책이 얼마만큼 성공하느냐는 환경문제의 사회적 압력, 복지수준, 시민참여와 통합능력, 전략적 능력에 달려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 중에서도 특히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와 문제에 대한 아래로부터의 정치적 압력, 그리고 이를 보장해주는 제도적 장치는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실제로 환경선진국들의 경우 정치적 장의 개방이 지속가능한 에너지체제전환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들 국가에서는 에너지정책의 새로운 전환과정에서 정책의 수립과 집행 및 평가에 국가와 에너지사업자 뿐만 아니라 지역주민, 시민단체, 지역자치단체, 독립적 전문가그룹, 소규모 독립사업자 등 다양한 주체들의 협의와 참여가 확대되어가고 있다.

끼리끼리 모여 밀어붙이면 편할지 모르지만

최근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촉진하기 위해 현재 시행중인 발전차액제도를 없애고 대신 신재생에너지의무할당제(RPS; Renewable Portfolio Standards)를 도입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의무할당제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11%의 공급목표를 달성하고 기술개발효과를 높이기 위해 정부가 발전 또는 판매사업자에게 일정비율이상의 전기를 신재생에너지로부터 생산하도록 의무화하겠다는 정책이다. 이에 비해 발전차액제도는 신재생에너지에서 생산된 전기를 전기공급사업자가 법에 정해진 가격으로 구입하도록 보장한 제도이다.

둘 중 어느 제도가 미래의 에너지체제를 위해 더 효율적인지에 대한 논쟁은 선진국에서 이미 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되었는데, 아직까지 어느 한쪽으로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지금도 진행 중이다. 따라서 현재는 나라마다의 특성에 따라 정책효과와 선호도차이에 기초해 어느 한 제도를 선택하거나 둘을 병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예를 들어 독일의 경우는 발전차액제도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신재생에너지모범국가로 성장할 수 있었다.

애초에 독일식 제도를 도입했던 한국에서 의무할당제로의 정책전환이 과연 효과적일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다양한 논의와 검토가 진행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만 한다. 그런데 이처럼 아직 논란의 대상인 정책을 새로 도입하려는 정부가 열려있지 않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충분한 의견수렴과 공론화과정도 없이 정부가 의무할당제를 일방적으로 추진하는데 대한 반발이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거세게 일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일방주의식 정책추진은 이번 일에 한정된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촛불을 통해 소통의 필요성을 통감했을 정부가 중요한 에너지와 환경정책에 있어서 시민참여를 지속적으로 배제해나가는 모습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 8월 27일 한국의 미래에 중차대한 영향을 미칠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이 확정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법으로 정해진 다양한 의견수렴절차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시민단체들이 정책무효를 선언하기도 했다.

창조적 갈등조정과 합의구조를 갖춰야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은 국가에너지위원회에 민간단체의 참여를 보장함으로써 시민사회와의 합의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거버넌스를 구축하겠다는 정책적 시도가 포함되었다는 점에서 상당한 기대를 모았었다. 그러나 1차 에너지기본계획의 실제 수립과정에서 정부는 사회적 논의와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는데 실패하고 중요한 논점에 대한 갈등의 폭만 키운 결과를 낳고 말았다. 정부가 정권교체에 따라 관련 논의가 사실상 중단되었던 에너지기본법을 지난 6월부터 갑자기 공청회와 워크샵을 열어 허겁지겁 마무리해버렸기 때문이다. 시간에 쫓기다보니 충분한 논의나 합의를 기대하기란 애초부터 불가능했다.

이러한 마당에 11월에 임기가 끝날 에너지위원회 민간위원에 대한 시민단체의 추천조차 제대로 공고되지 않아 또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일사천리로 밀어붙이는 식의 일방적 정책추진이 훨씬 편하고 강력하게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선진정치에서는 예외 없이 의사결정구조가 분산화되고 유연성과 혁신성이 강조되며 참여자들의 창조적 갈등조정과 합의가 제도화되어있다. 이렇게 하면 찬반론자 간의 갈등의 폭도 줄고 궁극적으로 더 효율적이고 창의적인 정책실행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올바른 녹색성장을 위해서도, 현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도 정부는 정책의 장을 활짝 열고 시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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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임성진
· 전주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환경·에너지정책)
· 전주대 환경·에너지정책연구소 소장
· 전 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8기)
· 전 베를린 자유대학교 환경정책연구소(FFU) 연구원
· 저서 : 『Least-Cost Planning als Losungsansatz klimabezogener Energiepolitik』,『물문제의 성찰』(공저)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