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던 길 멈추고

벼꽃(稻花)

문근영 2010. 4. 6. 07:31

벼꽃은 너무 적어서 쉽게 만나기가 어렵지만 그래도 꽃을 피운답니다.

우리가 먹는 쌀 한톨 한톨은 벼꽃이 피고 수분을 하고 결실을 해서 얻어지는 것이죠.

벼꽃이 피는 것은 개화라 부르지 않고 이삭이 나온다는 뜻으로 출수라 부르는데

이삭 하나에는 90~150개 정도의 알이 달린답니다.

 

벼꽃은 한개의 암술(암술머리는 둘)과 여섯개의 수술로 이루어져 있으며 꽃은 자가수분을 하고

8월 초에서 9월 초까지 피고 보통 3~5일 동안 피며 오전 10시에서 오후 2시 정도에 핀답니다.

 

벼꽃

 

벼꽃
- 루시드 폴 4집 레 미제라블 (Les Miserables)

보이지 않는다고

나를 사랑하는지 묻진 말아요
햇살 쏟아지던 여름
나는 조용히 피어나서
아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가을이 오면
이런 작은 사랑 맺어준 이 기적은
조그만 볍씨를 만들꺼에요
향기가 나진 않아도
그리 화려하진 않아도
불꽃같던 내 사랑을
의심하진 말아줘요

모두들 날 알지 못한다고 해도
한번도 날 찾아 본 적 없다 해도
상관없어요
난 실망하지 않으니
머지않아, 나락들은 텅빈 들판을 채울테니
눈을 크게 떠 날 찾아도
더 이상 난 보이지 않을지도 몰라
하지만 내가 생각 난다면
불꽃같던 내 사랑 하나
믿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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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드 폴(Lucid Fall)의 4집 음반에 수록된 다섯번째 곡.
이런 가수가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의 음악을 관심가지고 들어본 적은 없었는데,
지인의 소개로 이번 음반을 들어볼 수 있게 되었다.
음반전체를 뭐라고 자세히 서술하긴 어렵지만..
음반에 담긴 곡들을 들어본 결론은, 서정적인 멜로디에, 가슴을 아프게도 하고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게도 하는 가사들로 채워진 곡들을 담은, 참 좋은 음반이라는 것.
주옥같은 곡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는데 그 중에서 벼꽃이라는 곡이 왠지 끌려서 끄적.

조용히 피어서 향기가 나지 않고, 화려하지도 않아서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벼꽃.
모두가 자신을 알지 못하고, 한번도 찾아주지 않아도 실망하지 않는 벼꽃.
벼꽃은 뜨거운 햇살이 쏟아지는 여름 묵묵히 피어나서 가을이 오면 자신을 버리고 볍씨를 틔워낸다.
자신을 버리는 벼꽃의 불꽃같은 사랑으로 우리 모두를 먹여살리는 나락, 쌀이 만들어진다.

물론 그 벼꽃을 피워내는 것은 하늘과 땅과 농민들의 손길이지만..
생색내지 않고, 알아봐주기를 바라지도 않는 벼꽃의 불꽃같은 사랑이 없다면 우리가 존재할 수 있을까?
점점 자기만 생각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사회에서, 남을 위해서 사는 게 옳은, 훌륭한 삶이라고 생각하며 바둥거리고 있는 나는, 지금 과연 어떤가를 생각하게 해주는 곡인 것 같다.

볍씨를 틔워내는 벼꽃처럼 자신을 뽐내고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눈에 띄고 화려하지 않더라도 벼꽃의 불꽃같은 사랑처럼, 모두의 진심이 통하는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루시드 폴벼꽃을 적극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