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와하를랄 네루, 간디 장례식에서 한 조사(弔辭)
“그는 궁궐이나 선택된 장소 혹은 의회가 아니라 인도의 모든 촌락, 그리고 고통받는 천민의 집 등 전 인도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는 수천만 사람들의 가슴속에 살아 있으며 앞으로도 영원히 살아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우리가 겸손한 마음을 가지는 것 외에 그에 대해 무슨 이야기를 더 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그를 칭송할 자격이 없으며 그의 이상을 올바르게 따를 수도 없습니다. 그는 우리에게 노동과 노력, 희생정신을 요구했는데도 우리가 말만 하고 행동으로 따르지 않는다면 그분에게 누를 끼치는 일이 될 것입니다.(중략)
세월이 지난 후 역사는 우리가 살았던 이 시대를 평가할 것입니다. 성공과 실패를 평가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정확한 평가와 무엇이 일어났고 무엇이 일어나지 않았는지 이해하기에 아직 너무 이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우리에게 영광을 가져다 준 한 인물이 있었고 지금은 없다는 것이며,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라고는 우리가 지금은 암흑 속을 헤매고 있지만 그렇게 어둡지만은 않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가슴속을 들여다보면 우리는 아직도 그곳에 그가 붙인 불꽃이 타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살아 있는 그 불꽃이 존재하는 한 이 나라에 암흑은 없을 것이며 그를 기억하고 그의 사상을 따르는 우리의 노력은 비록 작지만 다시 이 나라를 밝힐 수 있을 것입니다. 그는 우리에게 그 불을 다시 지필 것입니다.(중략)
그분은 가셨습니다. 전 인도에 적막감과 절망감만 남았습니다. 우리 모두는 이와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으며 우리가 언제 그것으로부터 벗어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런 감정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세대가 이 위대한 인물과 한때나마 함께했다는 것은 자랑스럽고 감사한 일입니다. 앞으로 수 세기, 수천 년이 지난 다음에 사람들은 이 땅에 성인이 한 분 살았던 이 세대를 기억할 것이며 그 수가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그분의 길을 따르고 그분의 발자취가 있는 성스러운 땅을 걸었던 우리들을 생각할 것입니다. 우리 모두 그분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됩시다.”
1947년 8월15일 인도는 영국으로부터 독립하지만 독립을 이끈 마하트마 간디는 48년 1월30일 뉴델리의 힌두 사원에서 젊은 광신도에 의해 피살된다. 이 연설은 당시 인도의 총리 자와하를랄 네루(사진)가 48년 2월2일 간디의 장례식에서 한 조사(弔辭)다.
전통적으로 조사는 망자의 생전 활동과 업적을 흠모한 후 망자의 가치와 이념을 칭송하며 현 공동체의 가치와 이념을 재정립하는 형식을 취한다. 망자의 가치와 이념을 공동체의 미래가 지향할 방향이라는 것을 재천명하는 것이다.
네루는 "한 위대한 인물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우리의 삶을 따뜻하게 해 주고 밝혀 주었던 태양은 졌습니다. 우리는 이제 추위와 어둠 속에 떨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 몇 년 동안 우리는 그 가르침을 받았고 신성의 불을 가진 그 위대한 인물은 우리를 변화시켰습니다"라며 시적인 표현으로 간디를 흠모하며 연설을 시작한다.
그리고 "위대한 인물이나 유명한 사람들은 청동이나 대리석으로 자신들을 위한 기념물을 만들지만 신성의 불을 가진 이 사람은 일생 동안 수많은 사람의 가슴속에 새겨져 있습니다. 그는 수천만 사람들의 가슴속에 살아 있으며 앞으로도 영원히 살아 있을 것입니다"라며 간디의 가치와 이념은 인도인의 마음에 영원히 남아 있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이어 "우리는 과거와 미래 사이에서 현재의 위험한 난간에 서 있으며 온갖 위험에 직면해 있습니다. 가장 큰 위험은 우리의 이상 추구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는 것입니다. 큰일을 하겠다고 말만 하고 행동으로 옮기지 않을 때, 그리고 우리의 삶이 다른 길로 빠질 때 우리에게 다가오는 신념의 결여와 좌절감, 그리고 열정과 영혼의 쇠잔입니다. 그러나 나는 이런 시기는 곧 끝나리라 믿습니다"라며 당시 인도와 파키스탄으로 분리 독립한 갈등을 간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네루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우리에게 영광을 가져다 준 한 인물이 있었고 지금은 없다는 것이며 우리가 지금은 암흑 속을 헤매고 있지만 그렇게 어둡지만은 않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가슴속을 들여다보면 아직도 그곳에 그가 붙인 불꽃이 타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살아 있는 그 불꽃이 존재하는 한 이 나라에 암흑은 없을 것이며 그를 기억하고 그의 사상을 따르는 우리의 노력은 비록 작지만 다시 이 나라를 밝힐 수 있을 것입니다. 그는 우리에게 그 불을 다시 지필 것입니다. 우리 모두 그분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됩시다"라며 간디의 유업을 본받으면 인도의 미래가 있다는 것으로 연설을 마무리한다.
〈이상철 성균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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