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던 길 멈추고

해인사 가는 길에 만난 찻집 "이야기 고조선"|

문근영 2010. 1. 24. 08:25

해인사 가는 길에 만난 찻집 "이야기 고조선"

 

 

찻집 탐방

최홍열, dagi21@naver.com

등록일: 2009-06-16 오후 1:13:17

 
▲ 찻집 '이야기 고조선' 
조그만 토담집이 눈길을 끈다.
흙벽을 뚫고 나온 연통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문을 ‘삐걱~’ 열고 들어가면 할머니가 ‘아이고 내새끼’ 하며 엉덩이를 툭툭 두드려 주며 반길 것 같은 집이다.(그런데 할머니는 나오지 않았다.)

해인사 볼일을 보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문을 열었다. 부드러운 황토벽과 옹기종기 모여 있는 탁자와 다구들~.
한눈에 꽉 찬 느낌이지만 자세히 뜯어봐야 하는 오밀조밀함이 있는 공간이다. 연통과 연결된 난로는 어렸을 적 교실에서 피웠던 화목난로다. 누런 도시락을 층층이 쌓아놓았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도 침만 꿀꺽 삼켜야 했던 추억이 새록새록 피어나 정겹다.
창가에 앉아 차를 마신다.
맞은편 매화산 능선을 마주한다. 넘어가는 해가 아쉬운지 산 능선의 실루엣이 붉게 번진다.
홍류동 계곡을 끼고 형성된 마을 ‘무릉지’에서는 저녁연기가 자욱하게 깔린다.
8년 전 이곳에 터를 잡은 ‘고조선’의 주인장은 서울 아낙네 조은숙님이다. 아무런 연고 없이, 해인사 부근이 그저 좋아서 2년 정도 머물다 갈 생각이었으나 이곳의 매력에 푹 빠져 아예 눌러앉게 되었다고 한다. 길가의 쓰러져가는 흙집을 구입하여 썩은 기둥과 보를 갈고 바로 세우는 등 3개월 동안 고생한 끝에 지금의 찻집으로 꾸몄다. 찻집이 처음부터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매여 있다는 느낌과 갇혀 있다는 답답함! 그렇게 6개월간의 방황 아닌 방황 끝에 자신만의 찻집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였고 그것이 자신을 찾은 ‘자유’였다고 한다. 이제는 ‘찻집 고조선’가 자신의 일부이자 모습이 되었다고 한다.
 
▲ 찻집 실내 - 화목난로가 정겹다.
“오랜 시간 동안 찻집을 유지할 수 있었던 힘은 차를 직접 만들었기 때문인 거 같아요. 녹차 대신 대용차를 직접 만들지요. 산에 올라가면 깨끗하고 몸에 좋은 재료가 아주 많이 있어요. 깨끗한 재료를 채취하여 정성스럽게 덖으면 녹차가 몸에 맞지 않는 분들에게 훌륭한 대용차가 될 수 있습니다.”

“차를 만들면서 느끼는 게 많습니다. 저는 차를 덖을 때 반드시 아홉 번 덖습니다. 뜨거운 불에 아홉 번 덖다보면 달랐던 차 맛이 비슷해지는 거 같아요. 하지만 그 고유의 향은 그대로 가지고 있답니다. 사람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역경 속에서 자신의 모난 개성은 깎이더라도 자기만의 향을 끝까지 가지고 있는 사람이 강한 사람이지요. 차 같은 사람 만나면 기분이 참 좋습니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을 찻집에서 만나고, 또 헤어져도 이 세상 어디엔가는 늘 같이 하고 있다는 느낌이 너무 좋습니다. 이 찻집의 매력입니다.”

가야산에 어둠이 짙어질 때 쯤, 거창에서 화가로 활동하고 있는 부부가 들어온다. 감기 기운이 있는 터라 좋은 차를 부탁하자 주인장은 능숙하게 차를 준비하여 준다. ‘찻집 고조선’는 주인과 손님의 구분 없이 편안함의 자유를 느끼기에 충분한 공간이 되어주었다. 조은숙님의 ‘농산정’임에 틀림없다.

『홍류동 계곡 농산정은 "세속의 시비소리 막으려 흐르는 물로 산을 감싸네(농산籠山)"라는 최치원 선생의 싯귀에서 이름이 유래됐다. 농산정에서는 세상의 잡소리가 안 들리네~』


☞찾아 가는 길 : 88고속도로 해인사나들목으로 빠져나와 해인사 방향 10분정도 거리, 매화산 입구 우측 편에 있다. ☎055-931-03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