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담고 싶은 법정스님의 글

법정(法頂)스님과의 짧은 문답, "용서하며 살라

문근영 2009. 11. 14. 21:39

    법정(法頂)스님과의 짧은 문답, 용서하며 살라.

 

강원도 깊은 산골에 오두막을 짓고 살며 일 년에 두 번 대중 법회를 갖는 법정(法頂) 스님이 지난 봄에 이어 올 시월에도 거듭 ‘용서’를 화두로 들었습니다.

 스님은 이날 아침, 단풍과 코스모스가 어우러진 서울 성북동 길상사(주지 덕조 스님)에서 열린 가을법회 법문을 통해 “용서로 마음에 박힌 독(毒)을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봄은 사회적 갈등이 첨예했던 때였습니다. 계절이 가을로 접어들도록 여전히 용서와 화합의 결실을 이루지 못하는 속세를 향해 다시 한번 죽비를 든 셈일까,

 법정 스님은 봄·가을 단 두 번뿐인 대중법문의 올해 주제를 모두 ‘용서’에 할애했습니다.

 

 먼 산을 늘 응시하시는 법정, 그리 산이 좋으신지...



스님은 ‘그대가 시인이라면 종이 위에 떠다니는 구름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틱낫한 스님의 책 내용을 인용하는 것으로 법문을 시작, “구름이 비를 뿌리고, 그 비로 나무가 자라고, 나무로 종이를 만들 듯이 모든 존재는 관계 속에 있으며 독립된 존재는 어디에도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스님은 “지난번에도 용서를 이야기했는데, 여러분은 그동안 얼마나 용서를 실천했는가” 묻고는 최근 발간된 달라이 라마의 대담집 ‘용서’(오래된 미래)의 한 일화를 예로 들었다.

 달라이 라마가 인도로 탈출할 때 티베트에 남는 바람에 중국 감옥에서 18년 동안 감금당해 자기비판을 강요당하며 고초를 겪은 한 스님을 20년 만에 만났다.

 그 긴 고난의 세월 동안 전혀 변치 않은 티베트 스님을 보고 달라이 라마가 “두려웠던 적이 없었냐?”고 묻자 그 스님은 “나 자신이 중국인을 미워할까봐, 자비심을 잃게 될까봐 가장 두려웠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법정 스님은 “내가 그 처지였으면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아마 그렇지 못했을 것 같아 부끄러웠다”며 “땅을 딛고 사는 우리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땅에서 자비와 용서의 정신을 배워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스님은 “인간은 때 되면 누구나 자신의 일몰(日沒) 앞에 서게 되는데 그 전에 맺힌 것을

풀어서 자유로워져야 된다”며 “이 좋은 가을날 열린 세상에서 열고 살아가길 바란다”고

법문을 끝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