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탐방

시인 김춘수

문근영 2009. 10. 23. 17:06

 

김춘수(金春洙 1922∼2004)


시인. 경남 충무시 동호동 출생.
경지중학을 졸업하고 니온대한 예술과 3학년 중퇴. 통영중학교. 마산고등학교 교사. 마산대학 교수. 부산대학 연세대학(부산분교) 강사를 거쳐 경북대학 문리대 교수. 한국시인협회 회장을 지냄.
1946년 해방 1주년기념 사화집 <날개>에 시'애가'를 발효하면서 시작을 시작했으며,대구지방에 발행된 동인지 <죽순>에 시 '온실'외 1편을 발표.
첫 시집 <구름과 장미>가 밸행됨으로써 문단에 등단
이어 시 <산악>,<사>,<기(旗)>,<모나리자에게>를 발표,문단의 주목을 받았으며 이후 주로
<문학예술>,<현대문학>,<사상계>,<현대시학> 등에서 창작활동과 평론활동을 전개했다.
2004년 사망
시집으로는 첫 시집 외에 <늪>,<기>,<인연(隣人),<제일시집>,<꽃의 소묘>,<부타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타령조 기타>,<처용>,<김춘수시선>,<남천(南天)>,<근역서제>,<비에 젖은 달>,<김춘수전집>,<처용이후>,<김춘수>등과 시론집으로는 <세계현대시감상>,<한국현대시형태론>,<시론> 등을 간행,그의 초기의 경향은 릴케의 영향을 받았으며,시가 아니고서는 표현할수 없는 사물의 정확성과 치밀설 , 진실성을 추구하였으나, 50년대에 들어서면서 릴케의 형행에서 벗어나,이른바 의미의 시를 쓰게 되었으며 사실을 분명히 지시하는 산문적인 성격의 문장을 시의 형식으로 도입하였는데 <현대시학>연재 장시 '처용단장'에서 부터는 설명적 요소를 거세해버린 이미지 작품으로 변모하였다.


■연보

1922년 11월25일 경남 통영 출생
1940년 일본 니혼(日本)대 예술학원 창작과 입학
1946~1951년 통영중, 마산중·고 교사
1946년 ‘애가’ 발표
1948년 첫 시집 ‘구름과 장미’ 펴냄
1950년 시집 ‘늪’ 펴냄
1959년 시집 ‘꽃의 소묘’, 시집 ‘부다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 펴냄
1961년 ‘시론’ 펴냄
1977년 시선집 ‘꽃의 소묘’, 시집 ‘남천(南天)’ 펴냄
1979~1981년 영남대 국문학과 교수
1981년 제11대 국회의원,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1982년 시선집 ‘처용 이후’ 펴냄
1986~1988년 방송심의위원장, 한국시인협회장
1989년 시론집 ‘시의 이해와 작법’ 펴냄
1990년 시선집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펴냄
1991년 시론집 ‘시의 위상’, 시집 ‘처용단장’ 펴냄
1993년 시집 ‘서서 잠자는 숲’, 산문집 ‘여자라고 하는 이름의 바다’ 펴냄
1999년 시집 ‘의자와 계단’ 펴냄, 부인 명숙경 여사와 사별
2001년 시집 ‘거울 속의 천사’ 펴냄
2002년 사화집 ‘김춘수 사색사화집’, 시집 ‘쉰한 편의 비가’ 펴냄
2004년 ‘김춘수 전집’(현대문학) 펴냄, 제19회 소월시문학상 특별상 수상
2004년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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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수의 문학세계

<나의 문학 실험> - 시인 김춘수의 말


40년대 후반은 나에게 있어서는 일종의 습작기였다고 할 수 있다. 암중모색의 시기다. 남의 시를 모방하면서 어떻게 쓰면 시가 되는가 하는 것을 나대로 습득해가는 과정이었다. 50년대로 접어들자 나에게 비로소 길이 열리는 듯 했다.

나는 남의 시의 압력으로부터 풀려났다. 그러자 내가 시도하게 된 시는 관념적인 색채를 띠게 되고 몹시도 과작이 되어갔다. 1년에 한 편 정도가 고작이었다.

꽃 연작시에 있어서의 꽃은 단지 소재에 지나지 않는다. 꽃에 빗대어 관념(사상이나 철학)을 드러내려고 했다. 나는 그때 실존주의 철학에 경도되어 있었고, 학생때 읽은 릴케의 관념시가 새삼 새로운 매력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그러나 60년대로 접어들자 시에 대한 또 한번의 회의와 반성이 왔다. 한 3∼4년동안 새로운 연습이 시작되었다. 나는 이 무렵 시는 관념으로 굳어지기 전의 어떤 상태가 아닐까 하는 시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하게 되었다. 관념을 의미의 세계라고 한다면 시는 의미로 응고되기 전의 존재 그 자체의 세계가 아닐까 하는 인식에 이르게 되었다. 나는 시에서 관념을 빼는 연습을 하게 되었는데 그 기간이 한 3∼4년 걸렸다. 시에서 관념, 즉 사상이나 철학을 빼자니 문체가 설명체가 아니고 묘사체가 된다. 있는 그대로의 사실(존재의 모습)을 그린다. 흡사 물질시의 그것처럼 된다.묘사라는 것은 결국 이미지만 드러나게 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이때의 이미지는 서술적이다. 나는 이미지를 비유적인 것과 서술적인 것으로 구별하게 되었다. 서술적 이미지는 이미지 그 자체를 위한 이미지다. 말하자면 이미지가 무엇을 비유하지 않는 이미지다. 무엇을 비유한다고 할 적의 무엇은 사상이나 철학, 즉 관념이 된다. 그러나 서술적 이미지는 그 배후에 관념이 없기 때문에 존재의 모습(사실)이 그대로 드러난다. 즉 그 이미지는 순수하다.이리하여 나는 이런 따위의 이미지로 된 시를 순수시라고도 하고, 무의미의 시라고도 하게 되었다.

무의미한 관념, 즉 사상이나 철학을 1차적으로는 시에서 빼버리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이미지가 아무리 순수하게, 즉 서술적으로 쓰인다 해도 이미지는 늘 의미, 즉 관념의 그림자를 거느리게 된다. 이리하여 이미지도 없애야 되겠다는 극단적인 시도를 하게 된다. 이런 상태가 내 무의미 시의 둘쨋번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이미지를 없애고 리듬만이 남게 한다. 흡사

주문과 같은 상태가 빚어진다. 음악을 듣듯 리듬이 빚는 어떤 분위기에 잠기면 된다.

[중앙일보] 1996. 3.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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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들 최고 애송시는 ‘김춘수의 꽃’  
  

현역 시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는 김춘수의 ‘꽃’, 가장 애송하는 시인은 서정주인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시전문 계간지 ‘시인세계’ 가을호에 실린 기획특집 ‘시인들이 좋아하는 애송시’에 따르면 국내 현역 시인 246명을 대상으로 애송시 3편씩을 조사한 결과, 가장 좋아하는 시는 23명의 시인이 꼽은 김춘수의 ‘꽃’으로 밝혀졌다.

그 다음은 윤동주의 ‘서시’(18명), 백석의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15명), 서정주의 ‘자화상’과 이형기의 ‘낙화’(이상 14명) 순이었다. 한용운 ‘님의 침묵’, 서정주 ‘동천’, 김소월 ‘진달래 꽃’, 김수영 ‘풀’, 정지용 ‘향수’와 같은 유명한 시들도 같은 길을 걷는 ‘프로’들로부터 인정을 받아 그 명성이 헛되지 않음을 보여줬다.

시인별로는 72명의 시인이 꼽은 서정주의 시가 가장 많이 애송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석의 시는 40명이, 김수영의 시는 36명의 시인이 애송한다고 대답해 그 뒤를 이었다. 서정주의 시는 ‘동천’ ‘국화 옆에서’ ‘무등을 보며’ 등 23편이 애송시로 꼽혔다. 백석의 시는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등 10편이, 김수영의 시는 ‘풀’ ‘눈’ 등 16편이 애송시로 추천됐다.

최근 기도폐색으로 쓰러져 투병 중인 김춘수 시인은 이번 조사에서 서정주의 ‘동천’, 김종삼의 ‘북치는 소년’, 김수영의 ‘풀’을 애송시로 꼽았다. 김남조 시인은 박목월의 ‘이별가’, 윤동주의 ‘십자가’, 서정주의 ‘역사여, 한국 역사여’를 애송시라고 답했다.

젊은 시인인 정끝별과 황인숙은 나란히 1920년대 작가인 백석의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을 애송시의 하나로 꼽아 눈길을 끌었다.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편인 백석 시의 제목에 나오는 ‘남(南)신의주’는 평안북도에 있는 지명이며, ‘유동’은 그곳의 동네이름이다. ‘박시봉’은 시인이 세들어 살고 있는 집 주인의 이름. 따라서 시 제목은 시인이 살고 있는 곳을 알려주는 주소지인 셈이다.

“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매이었다(하략)”로 시작되는 백석의 장편 시는 아무런 연고도 없는 타관에 세들어 사는 시인의 외롭고 무기력한 삶에 대한 회한과 그것을 다스리는 마음의 과정을 섬세하면서도 실감나게 표현한 작품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이른바 민중시 계열의 시들이 동료 시인들로부터는 그다지 사랑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현역 최고의 시인으로 존중받는 고은과 김지하의 시에 대해 시인들의 평가가 인색한 것도 이번 조사에서 눈길이 가는 대목이다.

문학평론가 이남호 교수(고려대)는 “시를 가장 잘 알고 사랑하는 시인들이 서정주의 시를 가장 좋아한다는 사실은, 서정주가 한국 현대시의 최고봉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력하게 확인시켜 준다”고 평가했다. 이교수는 “백석이 김소월, 윤동주, 정지용, 한용운 등을 제치고 2위를 차지한 것은 좀 뜻밖”이라며 “백석의 시가 이 시대 시인들의 고달픈 삶에 위안을 줘 시인들이 일반인들보다 백석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김용석기자 kimys@kyunghyang.com





 

김춘수(金春洙 1922∼2004)


시인. 경남 충무시 동호동 출생.
경지중학을 졸업하고 니온대한 예술과 3학년 중퇴. 통영중학교. 마산고등학교 교사. 마산대학 교수. 부산대학 연세대학(부산분교) 강사를 거쳐 경북대학 문리대 교수. 한국시인협회 회장을 지냄.
1946년 해방 1주년기념 사화집 <날개>에 시'애가'를 발효하면서 시작을 시작했으며,대구지방에 발행된 동인지 <죽순>에 시 '온실'외 1편을 발표.
첫 시집 <구름과 장미>가 밸행됨으로써 문단에 등단
이어 시 <산악>,<사>,<기(旗)>,<모나리자에게>를 발표,문단의 주목을 받았으며 이후 주로
<문학예술>,<현대문학>,<사상계>,<현대시학> 등에서 창작활동과 평론활동을 전개했다.
2004년 사망
시집으로는 첫 시집 외에 <늪>,<기>,<인연(隣人),<제일시집>,<꽃의 소묘>,<부타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타령조 기타>,<처용>,<김춘수시선>,<남천(南天)>,<근역서제>,<비에 젖은 달>,<김춘수전집>,<처용이후>,<김춘수>등과 시론집으로는 <세계현대시감상>,<한국현대시형태론>,<시론> 등을 간행,그의 초기의 경향은 릴케의 영향을 받았으며,시가 아니고서는 표현할수 없는 사물의 정확성과 치밀설 , 진실성을 추구하였으나, 50년대에 들어서면서 릴케의 형행에서 벗어나,이른바 의미의 시를 쓰게 되었으며 사실을 분명히 지시하는 산문적인 성격의 문장을 시의 형식으로 도입하였는데 <현대시학>연재 장시 '처용단장'에서 부터는 설명적 요소를 거세해버린 이미지 작품으로 변모하였다.


■연보

1922년 11월25일 경남 통영 출생
1940년 일본 니혼(日本)대 예술학원 창작과 입학
1946~1951년 통영중, 마산중·고 교사
1946년 ‘애가’ 발표
1948년 첫 시집 ‘구름과 장미’ 펴냄
1950년 시집 ‘늪’ 펴냄
1959년 시집 ‘꽃의 소묘’, 시집 ‘부다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 펴냄
1961년 ‘시론’ 펴냄
1977년 시선집 ‘꽃의 소묘’, 시집 ‘남천(南天)’ 펴냄
1979~1981년 영남대 국문학과 교수
1981년 제11대 국회의원,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1982년 시선집 ‘처용 이후’ 펴냄
1986~1988년 방송심의위원장, 한국시인협회장
1989년 시론집 ‘시의 이해와 작법’ 펴냄
1990년 시선집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펴냄
1991년 시론집 ‘시의 위상’, 시집 ‘처용단장’ 펴냄
1993년 시집 ‘서서 잠자는 숲’, 산문집 ‘여자라고 하는 이름의 바다’ 펴냄
1999년 시집 ‘의자와 계단’ 펴냄, 부인 명숙경 여사와 사별
2001년 시집 ‘거울 속의 천사’ 펴냄
2002년 사화집 ‘김춘수 사색사화집’, 시집 ‘쉰한 편의 비가’ 펴냄
2004년 ‘김춘수 전집’(현대문학) 펴냄, 제19회 소월시문학상 특별상 수상
2004년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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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수의 문학세계

<나의 문학 실험> - 시인 김춘수의 말


40년대 후반은 나에게 있어서는 일종의 습작기였다고 할 수 있다. 암중모색의 시기다. 남의 시를 모방하면서 어떻게 쓰면 시가 되는가 하는 것을 나대로 습득해가는 과정이었다. 50년대로 접어들자 나에게 비로소 길이 열리는 듯 했다.

나는 남의 시의 압력으로부터 풀려났다. 그러자 내가 시도하게 된 시는 관념적인 색채를 띠게 되고 몹시도 과작이 되어갔다. 1년에 한 편 정도가 고작이었다.

꽃 연작시에 있어서의 꽃은 단지 소재에 지나지 않는다. 꽃에 빗대어 관념(사상이나 철학)을 드러내려고 했다. 나는 그때 실존주의 철학에 경도되어 있었고, 학생때 읽은 릴케의 관념시가 새삼 새로운 매력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그러나 60년대로 접어들자 시에 대한 또 한번의 회의와 반성이 왔다. 한 3∼4년동안 새로운 연습이 시작되었다. 나는 이 무렵 시는 관념으로 굳어지기 전의 어떤 상태가 아닐까 하는 시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하게 되었다. 관념을 의미의 세계라고 한다면 시는 의미로 응고되기 전의 존재 그 자체의 세계가 아닐까 하는 인식에 이르게 되었다. 나는 시에서 관념을 빼는 연습을 하게 되었는데 그 기간이 한 3∼4년 걸렸다. 시에서 관념, 즉 사상이나 철학을 빼자니 문체가 설명체가 아니고 묘사체가 된다. 있는 그대로의 사실(존재의 모습)을 그린다. 흡사 물질시의 그것처럼 된다.묘사라는 것은 결국 이미지만 드러나게 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이때의 이미지는 서술적이다. 나는 이미지를 비유적인 것과 서술적인 것으로 구별하게 되었다. 서술적 이미지는 이미지 그 자체를 위한 이미지다. 말하자면 이미지가 무엇을 비유하지 않는 이미지다. 무엇을 비유한다고 할 적의 무엇은 사상이나 철학, 즉 관념이 된다. 그러나 서술적 이미지는 그 배후에 관념이 없기 때문에 존재의 모습(사실)이 그대로 드러난다. 즉 그 이미지는 순수하다.이리하여 나는 이런 따위의 이미지로 된 시를 순수시라고도 하고, 무의미의 시라고도 하게 되었다.

무의미한 관념, 즉 사상이나 철학을 1차적으로는 시에서 빼버리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이미지가 아무리 순수하게, 즉 서술적으로 쓰인다 해도 이미지는 늘 의미, 즉 관념의 그림자를 거느리게 된다. 이리하여 이미지도 없애야 되겠다는 극단적인 시도를 하게 된다. 이런 상태가 내 무의미 시의 둘쨋번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이미지를 없애고 리듬만이 남게 한다. 흡사

주문과 같은 상태가 빚어진다. 음악을 듣듯 리듬이 빚는 어떤 분위기에 잠기면 된다.

[중앙일보] 1996. 3.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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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들 최고 애송시는 ‘김춘수의 꽃’  
  

현역 시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는 김춘수의 ‘꽃’, 가장 애송하는 시인은 서정주인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시전문 계간지 ‘시인세계’ 가을호에 실린 기획특집 ‘시인들이 좋아하는 애송시’에 따르면 국내 현역 시인 246명을 대상으로 애송시 3편씩을 조사한 결과, 가장 좋아하는 시는 23명의 시인이 꼽은 김춘수의 ‘꽃’으로 밝혀졌다.

그 다음은 윤동주의 ‘서시’(18명), 백석의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15명), 서정주의 ‘자화상’과 이형기의 ‘낙화’(이상 14명) 순이었다. 한용운 ‘님의 침묵’, 서정주 ‘동천’, 김소월 ‘진달래 꽃’, 김수영 ‘풀’, 정지용 ‘향수’와 같은 유명한 시들도 같은 길을 걷는 ‘프로’들로부터 인정을 받아 그 명성이 헛되지 않음을 보여줬다.

시인별로는 72명의 시인이 꼽은 서정주의 시가 가장 많이 애송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석의 시는 40명이, 김수영의 시는 36명의 시인이 애송한다고 대답해 그 뒤를 이었다. 서정주의 시는 ‘동천’ ‘국화 옆에서’ ‘무등을 보며’ 등 23편이 애송시로 꼽혔다. 백석의 시는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등 10편이, 김수영의 시는 ‘풀’ ‘눈’ 등 16편이 애송시로 추천됐다.

최근 기도폐색으로 쓰러져 투병 중인 김춘수 시인은 이번 조사에서 서정주의 ‘동천’, 김종삼의 ‘북치는 소년’, 김수영의 ‘풀’을 애송시로 꼽았다. 김남조 시인은 박목월의 ‘이별가’, 윤동주의 ‘십자가’, 서정주의 ‘역사여, 한국 역사여’를 애송시라고 답했다.

젊은 시인인 정끝별과 황인숙은 나란히 1920년대 작가인 백석의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을 애송시의 하나로 꼽아 눈길을 끌었다.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편인 백석 시의 제목에 나오는 ‘남(南)신의주’는 평안북도에 있는 지명이며, ‘유동’은 그곳의 동네이름이다. ‘박시봉’은 시인이 세들어 살고 있는 집 주인의 이름. 따라서 시 제목은 시인이 살고 있는 곳을 알려주는 주소지인 셈이다.

“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매이었다(하략)”로 시작되는 백석의 장편 시는 아무런 연고도 없는 타관에 세들어 사는 시인의 외롭고 무기력한 삶에 대한 회한과 그것을 다스리는 마음의 과정을 섬세하면서도 실감나게 표현한 작품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이른바 민중시 계열의 시들이 동료 시인들로부터는 그다지 사랑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현역 최고의 시인으로 존중받는 고은과 김지하의 시에 대해 시인들의 평가가 인색한 것도 이번 조사에서 눈길이 가는 대목이다.

문학평론가 이남호 교수(고려대)는 “시를 가장 잘 알고 사랑하는 시인들이 서정주의 시를 가장 좋아한다는 사실은, 서정주가 한국 현대시의 최고봉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력하게 확인시켜 준다”고 평가했다. 이교수는 “백석이 김소월, 윤동주, 정지용, 한용운 등을 제치고 2위를 차지한 것은 좀 뜻밖”이라며 “백석의 시가 이 시대 시인들의 고달픈 삶에 위안을 줘 시인들이 일반인들보다 백석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김용석기자 kimy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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