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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김재수>

문근영 2020. 1. 19. 08:20

가로수



어깨를 두드린다 아는 체하며
돌아보니 살며시 등을 기대는 가로수
‘쉬었다 가렴’
푸른 물소리로 말을 건넨다.
그렇구나
숱하게 이 길을 오갈 때마다

나무는 나에게 눈길을 주고 있었구나
등으로 내게 눈길을 주고 있었구나
등으로 전해지는 푸른 물소리
하늘엔 땡볕이 타고 있는데
기다리고 있었구나 나무는
푸르게 그늘을 만들며.

―김재수(194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