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파문 / 이은봉
문근영
2019. 1. 19. 08:40
파문
이은봉
애초에 돌을 던지지 말아야 했다
돌에 맞은 호수는 이내 파문을 일으켰다
애써 마음 가다듬고 있는 호수를 향해
돌을 던진 것 자체가 문제였다
파문은 둥근 물결도 품고 있었지만
날카로운 파도도 품고 있었다
파도는 세상을 떠도는 한 자루 칼!
칼을 품고 있는 파문이 문제였다
칼은 어떤 것이든 찌르기 마련!
아무데서나 상처를 만들기 일쑤였다
매번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았다
한바탕 곪아 터지고 나서야 겨우 아물었다
누군들 아프지 않을 수 있으랴
반란을 꿈꾸지 않을 수 있으랴
공들여 마음 가라앉히고 있는 호수를 향해
돌을 던진 것 자체가 문제였다
애초에 돌을 던지지 말아야 했다
돌을 맞고 어찌 파문을 일으키지 않으랴.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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