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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오바마시대와 한국 ⑧ 『부시가 망친 경제, 오바마가 살릴까』 / 김종철

문근영 2018. 9. 6. 03:56

 

 

오바마시대와 한국


제4장 오바마의 짐과 과제

백악관에 들어간 버락 오바마는 ‘흑인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라는 영예에 도취할 시간이 없을 것이다. 그는 1981년 1월부터 1989년 1월까지 8년 동안 로널드 레이건이, 그 뒤 4년 동안 아버지 부시가, 2001년 1월부터 8년 동안 아들 부시와 ‘네오콘’, 그리고 부도덕한 자본가들과 보수세력이 불가사리처럼 분탕질을 친 미국, 로마제국처럼 무너질는지도 모른다는 미국을 살려야 하는 짐을 안고 있다.

이것은 오바마와 민주당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버거운 짐이다. 거기에는 빌 클린턴의 대통령 재임기간(1993년 1월~2001년 1월)에 (공화당 정권보다 정도는 덜하더라도) 빚어진 정치, 경제, 사회적 모순들도 포함되어 있다.

오바마가 어깨에 걸머진 짐 가운데 가장 무거운 것은 물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면서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 미국의 경제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국민오락’이라는 고스톱에 비유하자면, 오바마는 부시 패거리들이 ‘노세, 노세’를 외치면서 즐기다가 수백점이나 잃어버린 고스톱 판을 “이제, 당신이 해봐”라는 말과 함께 물려받은 셈이라고나 할까?

1. ‘문제는 경제야, 버락’

1992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민주당의 클린턴 후보가 공화당의 ‘아버지 부시’에 맞서 내세운 대표적 구호는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It's economy, stupid)였다. 이 촌철살인의 세 마디는 클린턴의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바마는 당선이 확정된 뒤 취임식날까지 밤마다 ‘문제는 경제야, 버락’이라고 자신에게 잠꼬대를 하지 않았을까?

1930년대의 대공황 이래 최악이라는 미국의 경제는 2008년 대통령선거에서 버락 오바마가 공화당 후보를 누르는 데 크게 기여했다. 2007년 4월에 시작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비우량주택 담보대출) 파문으로 붕괴의 초기 단계로 들어선 미국 경제는 초대형 투자회사인 리먼브러더스가 2008년 9월 14일(오바마는 6월 4일 민주당 후보로 사실상 확정되었음) 법원에 파산신청을 한 것을 결정적 계기로 수습이 불가능한 듯한 위기에 빠졌다. 대통령 예비선거에서 가장 큰 쟁점이었던 ‘이라크 파병 미군 철수’는 경제의 뒷전으로 밀리고, ‘누가 미국 경제를 살리기에 가장 적임인가’가 대선의 초점이 되었다. 부시와 공화당을 경제파탄의 주범으로 본 다수 유권자들은 오바마를 지지했다.

부시의 감세정책은 엄청난 빈부격차와 재정적자를


조지 부시 2세의 임기 8년 동안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부자 나라’라는 허울 좋은 이름뿐, 국가재정과 경기가 만신창이가 되어버렸다. 부시가 제43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지 두 달만인 2001년 3월에 정보기술(IT) 거품이 꺼지면서 시작된 경기 침체는‘100년만에 최악’이라는 경제 위기를 후임자에게 떠넘겼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게서 2,360억 달러의 흑자재정을 물려받은 부시는 2008년 기준으로 4,550억 달러의 재정적자를 기록했다. 무려 7,000억 달러 가까이 후퇴를 한 것이다.‘부시의 유산’은 거기서 끝나지 않아서 2009년 재정적자가 1조 달러를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흑자가 적자로 뒤바뀐 주된 원인은 1조3,500억 달러에 달하는 감세정책이었다. 특히 부유층의 부의 효과가 일반 국민에게 확산된다는 ‘트리클 다운’(trickle- down) 효과를 맹신해 감세를 대기업과 부자에게 유리하게 전개함으로써 빈부격차를 늘리는 사회 양극화를 초래했다. (아들 부시의) 집권 중 빈곤층은 640만 명에서 760만 명으로, 건강보험 혜택에서 배제된 국민은 3,900만 명에서 4,500만 명으로 늘어났다. 자기 집 갖기를 골자로 한 ‘소유주 사회’(ownership society) 정책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이어져 금융위기를 초래했다. 2005년 8월 허리케인 카트리나에 대한 허술한 대응과 영장 없는 불법도청 파문 등도 외골수와 무능이 만든 결과이다.(<한국일보>, 2009년 1월 17일자, 8쪽, 황유석 워싱턴 특파원의 기사에서)


오바마의 대통령 취임을 열흘 앞둔 1월 10일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2009년 연방정부 재정적자가 1조2천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발표했다. 달러 대 원화의 환율을 1대 1,350으로 잡으면 무려 1천6백조 원이 넘으니 우리나라 2009회계연도 예산의 5배가 넘는 수치이다. 게다가 의회예산국은  2009년 경제성장률을 1946년 이래 가장 낮은 -2.2%로 예상했다.


금융위기에다 막대한 해외부채까지 넘겨받아


경제 전문의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정부가 금융위기를 해결하려면 7조7,600억 달러의 공적자금이 필요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것은 2008년도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절반과 맞먹는 천문학적 액수이다. 이것은 오바마 행정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달러를 무제한 찍기로 결정하지 않는 한 마련할 수 없는 재원이다.


답답한 것은 오바마 대통령이 ‘부시, 선 오브 어 비치’(Bush, son of a bitch)만을 읊조리고 있을 수 없는 절박한 현실이다.(미국인들이 가장 애용하는 욕설인 이 말은 아들 부시와 아버지 부시를 아울러 겨냥할 수도 있어서 묘한 느낌을 준다)


오바마가 국제경제 부문에서 떠안은 문제도 골치 아프기는 마찬가지이다. 미국의 ‘일국 패권주의’를 견제하려는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나서고 있는 중국이 특히 문제이다.


  미국 재무부는 (2009년 1월) 18일 중국이 일본을 누르고 미국 정부의 최대 채권국으로 떠올랐다고 발표했다. 중국 자본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만큼, 미국 경제에 대한 중국의 입김은 더 거세질 것이라고 <워싱턴 포스트>가 19일 보도했다.

  중국은 미국발 금융위기가 불거진 이후에도, 가장 안전한 투자처로 꼽히는 미국 재무부 채권을 다량으로 매입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 9월 이 채권에 대한 중국의 투자액은 전달보다 436억 달러 늘어난 5,850억 달러에 이르렀다. 그동안 미국 정부의 최대 채권국이었던 일본(5,732억 달러)을 100억 달러 이상 앞질렀다. 미국 정부가 빚진 10 달러 중 1달러는 중국의 돈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다른 나라를 통해 사들인 채권까지 포함할 경우 이 규모가 8,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겨레>신문, 2008년 11월 21일자, 이정애 기자의 기사에서)


이 기사를 근거로 추산하면 미국이 중국과 일본 두 나라에 채권으로 빚진 것만 1조 달러를 훨씬 넘으니, 미국은 세계 제일의 부자나라가 아니라 가장 괴로운 채무국이다. 그런데 이런 수치는 빚더미에 깔린 미국 정부의 한 면만을 드러낼 뿐이다. 2005년 말 현재, 미국의 해외부채 총액은 13조6,000만 달러였다. 2006 회계연도에는 재정적자가 2,480억 달러, 경상수지 적자가 8,570억 달러로, ‘쌍둥이 적자’의 합계가 1조1,000억 달러였다.


오바마, ‘제2의 루스벨트’가 될 수 있을까?


암담하기 짝이 없는 이런 경제상황에 맞서 오바마는 당선자 시절 ‘담대한’정책들을 발표했다. 2008년 12월 6일에는 라디오 주례연설을 통해 “1950년대 연방고속도로 시스템 이후 최대 규모의 단일 인프라 투자로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비슷한 때에 오바마 당선자 정권인수위원회의 웹사이트에는“10년 동안 ‘녹색일자리’ 500만 개를 만들 계획”이라는 내용의 글이 나왔다. 이렇게 야심적인 정책들은 1930년대에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주도한 ‘뉴딜’(New Deal)을 모델로 한 ‘새 뉴딜’(New New Deal)임이 분명하다. 과연 오바마 대통령은 ‘제2의 루스벨트’가 될 수 있을까?




 

글쓴이 / 김종철
· 전 동아일보사 기자
· 전 한겨레신문 논설위원, 편집부국장
· 전 연합뉴스 대표이사 사장
· 현 재능대학교 초빙교수
· 평론으로 <상업주의소설론> 등, 저서로 <저 가면 속에는 어떤 얼굴이 숨어 있을까>(1922) <아픈 다리 서로 기대며>(1995), 역서로 <말콤 엑스>(공역,1978) <산업혁명사><프랑스혁명사>(1982) <인도의 발견> 등

      

출처 : 이보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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