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성 진(전주대 사회과학부 교수)
요즈음 녹색성장(Green Growth)이 뜨거운 논쟁거리로 등장했다. 별로 새로울 것이 없는 녹색성장이란 개념이 이 같이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는 무엇보다 이것이 기업프랜들리를 내세우며 경제개발에 매진하던 정부가 내놓은 예상 밖의 슬로건이기 때문일 것이다. ‘성장에 덧칠한 녹색’이라는 비판으로부터 새로운 ‘경제기적을 가능하게 해줄 신성장동력’이라는 찬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평가들이 연일 나오고 있다. 이러다보니 도대체 녹색성장을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많은 사람들이 혼란스러워 한다.
녹색성장은 개발을 지속하면서도 생태적 수용력을 확대시키기 위해 경제와 환경을 동시에 추구하는 지속가능개발의 개념에 근거하고 있다. 내용상 녹색성장은 작게는 오염통제를 위한 환경관리에서부터 자원의 효율성을 높이는 생태적 효율화와 오염물질의 배출이 없는 생산단계, 그리고 크게는 지속가능한 경제에 이르기까지 그 적용 범위가 넓다. 즉 환경문제해결의 사후처리적 단계부터 생태적 현대화에 이르는 모든 발전단계가 녹색성장의 대상이다.
개도국의 성장욕구를 충족시키는 개념으로 관심 한편 UN에서는 녹색성장이 빈곤탈출에 필요한 경제성장을 추구하면서도 생태효율성을 제고하여 환경에 주는 부담은 최소화하는 경제성장 방식으로 통한다. 그래서 이 개념은 주로 저개발 또는 개발도상국가의 무분별한 개발편향주의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된다. UNESCAP(유엔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에 따르면 선진국과 달리 개발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거나 고도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지역에서는 경제성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적용될 수 있는 환경정책이 절실한데, 녹색성장은 이러한 요구를 충족시키기에 더없이 좋은 개념이다. 특히 지속가능한 개발의 여러 목표 중에서도 성장을 강조해 이들 국가의 현실적 욕구를 만족시켜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개발이 급속히 이루어지고 있는 이들 개발도상국가에서는 환경파괴의 폭과 속도가 매우 크고 빠르기 때문에, 경제가 발전할수록 환경개선의 사회적 요구도 함께 증가하는 상관관계가 존재한다. 이들 국가는 대개 환경시설과 기술수준이 낮아 사후처리적인 조처만으로도 큰 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환경투자가 가져오는 성장효과가 단기간에 가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개도국 중 특히 아시아지역은 경제성장이 매우 빠르다. 그러나 기초적인 환경인프라가 부재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성장 위주의 개발정책은 환경의 수용능력을 급격히 떨어뜨려 오염을 더 이상 방치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게 하고 있다. 게다가 급변하는 국제환경규제로 인해 ‘선 성장, 후 환경처리’라는 전통적인 접근방식을 통해서는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UN은 아태지역을 녹색성장의 개념을 적용하기에 가장 좋은 지역으로 보고, UNESCAP의 주도하에 정책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를 배경으로 지난 2005년 한국정부는 ‘아태 환경과 개발 장관회의(Ministerial Declaration on Environment and Development)를 유치하고, 녹색성장을 주제로 서울이니셔티브 네트워크를 발족했다. 여기서 ‘환경적 지속가능성 제고’, ‘환경성과 증진’, ‘경제성장의 동력으로서 환경역할 강화’라는 세 가지 정책목표 하에 총 24개의 정책분야가 논의되고 아태지역발전의 기본방향이 설정되었다. 이번 8·15경축사에서 대통령이 강조한 녹색성장의 핵심내용은 이 회의의 세 번째 목표인 경제성장의 동력으로서의 환경에서 주로 따온 것으로 성장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젠 국민이 대통령을 설득할 차례 녹색성장을 발표한지 한 달도 채 안된 지난 9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대통령은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위한 규제완화를 강조하면서 그린벨트까지도 해제할 수 있다고 했다. 연일 개발패러다임을 부채질하는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현실과 일맥상통하는 발언들이었다. 결국 정부와 여당이 이야기하는 녹색성장은 90년대부터 생태친화적인 녹색체제로의 전환을 활발하게 논의했던 서구선진국에서의 생태적 근대화나 녹색혁신과는 거리가 먼 개념임이 자명해졌다. 미래를 내다보지 못한 근시안적인 선택이다. 이젠 역으로 국민이 직접 성장신화로의 녹색성장을 제시한 대통령에게 그 개념의 진정한 의미를 설명하고 설득하는 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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