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란 무엇인가
강 명 관(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다산의 글 중 「원정(原政)」이란 글을 한 편 읽어보자. 다산은 글의 첫머리에서 “정치란 바로잡는다는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무엇을 바로잡는다는 말인가?
“똑같은 우리 백성이다. 그러니 어떻게 어떤 이는 토지의 이로움을 갑절로 차지하여 부유함을 누리고, 어떤 이는 토지의 은택을 누리지 못하게 하여 가난하게 살게 할 수 있을 것인가.”
어떤가. 같은 국민인데, 어떤 사람은 부동산 투기로 상상도 못할 정도의 부를 쌓고 안락하게 사는데, 어떤 사람은 월셋방, 전셋집을 전전하고 있다. 다산은 말한다. “이 때문에 토지를 헤아려 백성들에게 골고루 나누어 줌으로써 바로잡는다. 이것이 정치다.”
정치란 바로잡는 것이다
“똑같은 우리 백성이다. 그러니 어떤 이는 강하게 만들어 제멋대로 남의 이익을 삼켜 커지게 하고, 어떤 이는 약하게 만들어 자기 이익을 강한 이에게 빼앗겨 멸망하게 만들 것인가?”
어떤가. 같은 국민인데, 어떤 이는 돈이다, 학벌이다, 인맥이다 하면서 위세를 떨치고 정보를 독점하여 이익을 독차지 하고, 어떤 이는 늘 배제되고 쫓겨나야만 하는가. 다산은 말한다. “이 때문에 단속하는 기구를 만들어 죄 지은 자를 성토하고, 망하려는 사람을 살리고 대가 끊어지려는 사람은 대를 잇게 해 줌으로써 바로잡는다. 이것이 정치다.”
“똑같은 우리 백성이다. 그러니 어떤 이는 남을 속이고 업신여기는 악독한 자인데도 사지육신이 안락하고, 어떤 이는 공손하고 부지런하고 정직하고 선량하건만 복을 받지 못하게 할 수 있겠는가?”
어떤가. 왜 약삭빠르고 교활하고 처세에 능하고 독한 성격의 소인배는 사람이 지켜야 할 도리며 법을 무시하고 축재를 하여 안락하게 사는데, 법을 지키고 성실하게 사는 사람들은 늘 쪼들리는 삶을 살아야 하는가. 다산은 말한다. “이 때문에 형벌로 징계를 하고, 상으로 권장하여 죄와 공을 정확히 가려줌으로써 바로잡는다. 이것이 정치다.”
세상은 바뀌었건만, 다산의 글은 여전히 울려
“똑같은 우리 백성이다. 그러니 어떤 이는 어리석은데도 높은 자리에서 악을 퍼뜨리고 있고, 어떤 이는 유능하면서도 아랫자리에 처박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할 것인가?”
어떤가. 높은 자리에서 사람에게 지시를 내리는 인간일수록 무능한 법이다. 그들이 자신들의 배경을 근거로 출세했기 때문이다. 유능한 사람일수록 아랫자리에 있게 된다. 그들은 출세할 배경이 없기 때문이다. 다산은 말한다. “이 때문에 붕당을 없애고 공정한 도리를 넓혀 유능한 사람을 올려 쓰고 무능한 자를 몰아냄으로써 바로잡는다. 이것이 정치다.”
다산이 이 글을 쓴 것은 지금으로부터 2백 년 전이다. 그 2백 년 동안 조선은 대한제국으로, 대한제국은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으로 바뀌었다. 다산이 보고 가슴 아파 했던 궁핍의 참상도 없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열한 번째 무역대국이고 국민소득은 2만 달러라고 자랑이 한창이다.
한데, 다산이 「원정」에서 하는 말은 내 귀에 여전히 크게 울린다. 바뀐 것은 과연 무엇이고, 바뀌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앞으로 얼마나 세월이 더 흘러야 다산의 글이 정말 흘러간 옛글이 될 것인가.
글쓴이 / 강명관
· 부산대학교 한문학과 교수
· 저서 : 『조선의 뒷골목 풍경』, 푸른역사, 2003
『조선사람들, 혜원의 그림 밖으로 걸어나오다』, 푸른역사, 2001
『조선시대 문학예술의 생성공간』, 소명출판, 1999
『옛글에 빗대어 세상을 말하다』, 길, 2006
『국문학과 민족 그리고 근대』, 소명출판, 2007
『책벌레들 조선을 만들다』, 푸른역사, 2007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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