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소금 / 오세영

문근영 2018. 3. 17. 10:03

소금

 

   오세영

 

 

 

 

린다는 것은

오래 오래 저장해 둔다는 것.

심지어는 죽은 육신조차 미래의

부활을 위해서

냉동 보관해 둔다고 하지 않던가.

슬픔도 그저 잊어서는 안 된다.

같은 병균으로 항원(抗原)을 만들듯

슬픔이 슬픔의 항생제(抗生劑)가 되기 위해서는

적당히 얼려두어야 하는 것.

그래야 슬픔도

언제인가는 기쁨이 되지 않겠는가?

 

부패 방지를 위해,

즐거운 만찬을 위해

나는 오늘도 요리를 하면서

음식에 적당량의 소금을 친다.

슬픔이 얼어붙은 그 하얀 결정체

그 짜디짠 눈물의 눈을, 

 

 

 

                        —《예술가》2015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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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영 / 1942년 전남 영광 출생. 1965~68년 《현대문학》 등단. 시집 『바람의 아들들』『별밭의 파도소리』등 20여 권. 학술서 『시론』『한국 현대시인 연구』등 다수.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엄정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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