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딴따라 / 김이듬
딴따라
김이듬
한 모금 마시고 분다
한바탕 불고 두드리고 노래하다 보면
내 나팔 안으로 기어들어오는 놈이 있다
아 샛길로 새지 말자
노래가 우선이야 돈과 섹스는 따라오는 거라고 풍각쟁이 할아비는 말씀하셨다
그래놓고 다음날 복상사
나팔을 높이 들고 부세요
따라딴, Taratantara
누가 죽는다는 건 누가 태어난다는 것 이런 소리도 소음도 음악소리도 깨고 부수고 두들기고 뚫고 드릴 드릴로 드디어 완성이다 국경을 초월한 잡소리 이러는 것 모두 다 내 스타일 아님
나는 남의 잔치에 불고 치고 노래한다
음식을 얻어먹을 때도 있다
국가를 초월한 음악이라니, 사랑이라니, 만국 의성어를 전쟁으로 번역하는 사람들이나 좋아하는 잡음. 아아, 누가 똥을 안 치웠어? 나는 개똥을 밟았을 뿐인데 그 개가 나를 따라온다 나를 좇아오다가 나의 수호견이라도 된 것처럼 다른 사람들한테 이빨을 드러내며 달려간다 건널목을 건너 내 방문 앞에 먼저 도착해있다
마다가스카르 섬에서는 Taratantara를 역사로 번역하더라도
나는 불어댄다 삐삐빼빼 삐익 끽, 이것은 나의 무의미한 소리라는 걸 아셔야죠
나팔에 코를 파묻으려고 개는 날뛰는데
저런 놈은 상종 말라고 잡아먹는 거라고 할아비는 말씀하셨다
그래놓고 분홍 저고리 위에 복상사
동네 편백나무 아래에서 노이로제 일으키는 북소리
나는 나팔을 불었다
나발 분다고 그러지 마요
나는 나팔꽃도 진달래꽃도 몰라요
연분홍 치마 고름이 날리든 찢어지든 샛길에 서서
꽃이 진다고 분다
전쟁이 나도 불고 치고 노래한다
초가집 집집마다 포탄이 떨어질 거라고 옛날부터 불고 다녔다
—《발견》2015년 겨울호
--------------
김이듬 / 1969년 진주 출생. 2001년 《포에지》로 등단. 시집『별 모양의 얼룩』『명랑하라 팜 파탈』『말할 수 없는 애인』『베를린 딜렘의 노래』『히스테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