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박동 / 임 봄

문근영 2018. 3. 17. 09:53

박동

 

   임 봄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것을 세는 버릇이 있다

커서를 세다 번번이 숫자를 잃어버린다

 

갑자기 튀어나오는 것들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여전한 것에 대한 분노나 연민 같은

 

아침마다 초침을 쥐고 달리는 사람들

고독을 들키지 않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시야의 각도는 육십도

이것은 옆이 불온하다는 문장에 대한 각주다

 

뜨거운 것을 항상 의심해야 합니다

바로 입술로 가져가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아지타토에서 마논트로포로 이동하며

지휘봉이 허공에서 잠시 숨을 고를 때

 

알레르기나 구토

혹은 온몸이 캄캄해지기 위하여

 

잠을 자고

밥을 먹는 일

 

일정한 통증으로 돌아가는 데는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

 

 

                    —《시와 표현》2016년 1월호

------------

임봄 / 1970년 경기도 평택 출생. 2009년《애지》로 시 등단. 2013년《시와사상》으로 평론 등단. 현재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문예창작 박사과정에 재학 중.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엄정옥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