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28. 깊이 살펴 징험하라
[다산어록청상] 28. 깊이 살펴 징험하라
대저 터럭을 불어 흠집을 찾고 새로운 견해 내기를 힘쓰는 것은 진실로 큰 병통이다. 지혜를 버리고 뜻을 끊어 온전히 옛 경전을 답습하는 것 또한 실제 소득이 없다. 배우는 자가 선유의 학설에 대해 실로 의심나고 궁금한 점이 있거든 서둘러 다른 의견을 내지 말고, 또한 지나간 일로 속단하지도 말라. 모름지기 환히 깨달을 때까지 연구하여 말한 사람의 본래 뜻을 얻기에 힘써 되풀이해서 검토하고 징험해야 한다. 그러다가 혹 얼음 녹듯 말끔히 풀려도 가만히 혼자 한번 웃을 뿐이다. 혹 그 잘못된 곳이 더 보이더라도 또한 부드럽게 용서하고 좋게 이해해서, “어떤 사람은 이렇게 보았기 때문에 그 주장이 이와 같았다. 이제 이렇게 보면 주장이 마땅히 이러할 것이다.”라고 해야 한다. 어찌 반드시 겨우 한 부분을 보고 마치 기이한 재화라도 얻은 것처럼 몰래 기뻐 뛰면서 옛 것을 배척하고 자기를 내세움을 모기령(毛奇齡)이 했던 것처럼 거리낌 없이 하겠는가? -〈도산사숙록(陶山私淑錄)〉 9-105
大抵吹毛覓疪, 務出新見者, 固爲大病. 棄智絶意, 全襲舊傳者, 亦無實得. 學者於先儒之說, 苟有疑晦處, 勿遽生別見, 亦勿遽屬過境. 須融會研究, 務得說者本旨, 反復參驗, 則或當渙然氷釋, 默自一笑. 或益見其紕繆處, 亦當平恕而順解之曰 : “某氏看得恁地, 故說得如是. 今看得這樣, 則說得當若是也.” 何必纔見一斑, 如得奇貨, 竊竊然跳躍, 絀古肆己, 無所忌憚, 如毛奇齡之爲哉.
공부는 본받아 뛰어넘기 위해서 한다. 선현의 말씀을 따르는 것이 실로 중요하지만, 맹종만 하면 발전이 없다. 앞 사람을 뛰어넘어 내 목소리를 내는 것이 공부의 큰 보람이지만, 실속 없이 목청만 높이면 웃음거리가 된다. 선학을 넘어서야 내 말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내 생각이 그 바탕 위에서 이루어진 것임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모기령은 입만 열면 주자를 욕하고 비방하는 것으로 자신의 문호를 세웠다. 지금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알량한 공부로 설치고 날뛰지 마라. 지수굿이 다지고 겸손하게 나아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