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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금년에 봄은 어떻게 왔는가 / 박순원
문근영
2018. 1. 2. 00:04
금년에 봄은 어떻게 왔는가
박순원
야로밀, 요즘 내가 읽는
소설의 주인공이다 체코 아이다
금년에 봄은 어떻게 왔는가?
그 아이의 작문 숙제 제목이다
뭐라고 썼을까? 곱상하고
자만심이 강해 왕따를 당하던 그
아이는 뭐라고 했을까? 작문
선생님은 왜 이런 숙제를 내주었을까?
당시 체코 교과과정에 있던 상투적인
과젠가? 유럽의 어린아이들에게
내주는 전통적인 숙젠가?
금년에는 봄이 어떻게 왔을까? 당시
체코에는 유럽에는 과연 봄이
어떻게 왔을까?
요즘 한반도에는 봄이 어떻게 오나?
만일 내가 이런 숙제를 받으면 뭐라고
쓰나? 종다리 개나리 진달래 봄처녀
물이 오른 잔디 그리고 사월
사월 십팔일 사월 십삼일
그리고 뭐라고 쓰나?
야로밀은 자라서 시인이 되는데 독일은
나중에 통일이 되었는데 늘 오던 봄이
올해는 어떻게 왔을까? 나는
우리는 올해 어떻게
봄을 맞이했나?
—《문학들》2016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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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원 / 1965년 충북 청주 출생. 고려대학교 국문과 졸업. 2005년 《서정시학》으로 등단. 시집 『아무나 사랑하지 않겠다』『주먹이 운다』『그런데 그런데』.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엄정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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