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티눈 / 박일만
문근영
2018. 1. 2. 00:03
티눈
박일만
균형을 거부하며 수평을 포기한다
중심을 찾아 헤매던 세포가
내 발바닥에 와서
생을 통째로 뒤뚱거리게 한다
백발이 물드는 나이 탓도 있겠으나
아직 둘러보아야할 산천이 많은데
느닷없이 찾아와 생을 송두리째 흔들어 댄다
가던 길이 자꾸 휘청거릴 때
가랑이 사이로 바람도 많이 드나든다
딛을 때마다 바닥에 온통 통증을 깔면서
서둘지 말라고
아래를 보고 살라고
발걸음을 더디게 하는,
걸음걸음마다 뼛속 깊이 송곳을 박으며
한 쪽 발이 수상하다
절대로 떨어지지 않을 나이 어린 애인처럼
기세가 완곡하다
작은 알맹이 하나에도 몸을 절뚝여야하는
나의 생을 향해 쉬어가라고
자꾸만 오는 길 가는 길을 붙든다
—《시인동네》 2016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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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만 / 전북 장수 출생. 2005년 《현대시》로 등단. 시집 『사람의 무늬』.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엄정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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