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망초의 내력 / 김명이
문근영
2017. 12. 4. 23:24
망초의 내력
김명이
그대와 내가 앉은 침목무늬 의자 틈으로
목을 빼고 있었어요.
담벼락 높은 집 귀퉁이의 손톱만한 꽃
아스콘 냄새 차오른 도로변에도
망초 피어 사람냄새 남아 있는 곳이라 했어요.
논두렁 밭두렁에 두셋 혹은 무리
과수댁 할머니는 낫질로 쓱싹 베어내면서도
"고놈 예쁘다 고놈 아깝다"
차곡차곡 밭둑에 둘러놓았죠.
연해주로 떠나가 돌아오지 않는 가장
찾아 나선 숯 검댕이 속 발화했을 거예요.
창살 둘러놓은 철문 아래
아름답다고 불린 것들은
점점 입체를 바라볼 수가 없었어요.
누군가의 소유가 되어 가는데
맘대로 안 되니 '망할 놈의 풀'로 불렀을 거예요.
틈에 핀 망초 바라보는 그대와
레일에 올라 탄 눈빛
읽어내린 나 동시에
"기특 기특 꽃송이"
망초 가득 핀 숲길로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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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지』 2016년 여름호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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