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웃는 돌 / 이은규

문근영 2017. 12. 4. 23:07

웃는 돌

 

이은규

 

 

  구름아 물결무늬 번지는

  꽃잎 장난하는 고양이야

 

  한 여름이 모난 돌이라면

  고양이에게 구름에게 이야기를 들려줄까

  웃는 돌이라면 다른 한 이름이

 

  사랑아라니, 구름아 고양이야

  구원에 대해 생각하는 것

  망각하는 것 구원에 대해

  한 뼘 곁을 내어주다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에게

  호흡이 전부인 거리, 곁

 

  문득 한 사람의 모서리가

  다른 한 사람의 호흡으로 둥글어지는 시간

  웃는 돌, 기적이라니

 

  그래 그래도 고양이야 구름아

  한없이 큰 네모는 모서리가 없음을 생각하자

  꽃에 마음을 빼앗겨 눈멀었던 것처럼

  한없이 큰 소리는 들리지가 않음을 망각하자

  꽃말 아득한 약속도 녹아버린 귀처럼

 

  이제는 없는

  곁에 머무는 호흡보다 기억이라면

  한 뼘 천국임을 재앙스럽게

  우리의 역사, 눈감았다 뜨면 시작되는 이야기

  기록하지 않은 기록되지 못한

  행간의 문장들을

  재앙스러운 아름다움이라고 번역하지 말까

 

  꽃잎 장난하는 고양이야

  구름아 물결무늬 번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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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규 :  2008년 『동아일보』로 등단.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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