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성게 / 이수익

문근영 2017. 12. 4. 23:06

성게

 

   이수익

 

 

 

뾰족뾰족 성게는 살아 있어

나는

숨죽인다, 닿으면 화를 입을까봐

첨예하게

움츠린다

 

적을 향해

야행성처럼 어둠 속으로 길게 뻗어나간

끝없는 너의

살의가

 

반쯤 쪼개진 두개골을 어루만지면서

파먹을 때의 여리디여린

샛노란 알들의

그 맛은

 

최상과 최하를 하나로 묶어주는

지극한 묘미

 

성게,

달콤한 각성이 불타오르고 있는

내 혀의

끄트머리

 

 

 

                        —《문학. 선》2016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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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익 / 1942년 경남 함안 출생. 196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우울한 샹송』『야간열차』『꽃나무 아래의 키스』『처음으로 사랑을 들었다』『천년의 강』외 다수.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엄정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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