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틈 / 조혜은
문근영
2017. 10. 31. 12:39
틈
조혜은
우리는 점을 만들고 있는 중이에요
몸담을 수 없는 지점에서 조잘조잘 나눠지며
우리가 나눈 입술이 우리를 잡아먹는 광경을 밀고하는 중이에요
아이를 보게 해주세요
집집마다 볼 수 없는 아이들이 들어 있어요
불가능은 가능의 환영을 상기시켰다
조각조각 떠들어대는 통증을 신경증처럼 밝히고
아이가 나의 뱃속으로 들어와요
그 점의 끝에서 불붙은 환영
눈이 없으면 기다리지 못해요
눈도, 다리도, 팔도, 얼굴도, 이것도 없잖아요
아이들이 없는 방은 미안함으로 가득했다
기다리지 못해요
우리는 세밀함을 잃어버렸다
우리가 서로를 사랑했던 시간으로 발길을 돌려주세요
어느 틈엔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슬픈 얼굴이 곁에 있었다
—《시와 반시》2016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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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은 / 1982년 서울 출생. 강남대학교 특수교육학과 졸업. 2008년 《현대시》로 등단. 시집 『구두코』.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엄정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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