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뷰티풀 마인드 / 안차애
뷰티풀 마인드
안차애
일대일 대응은 내가 선호하는 소유의 방식.
한 켤레의 신발을 사면 한 켤레는 재활용통에 집어넣는 자유.
한 병의 와인을 비우면 재빨리 한 병을 사들고 오는 센스.
하나의 욕망과 하나의 쇼핑이 가지런히 하루를 가로지를 때
자동유리문은 소리 없이 열렸다 닫힌다.
내가 화장품 가게 진열장에서 아이라이너를 뽑으면
진열장 화면 속 인도 소녀가 연필을 들고 사각사각 글씨를 쓴다.
색색 아이샤도우를 집으면 방글라데시 천막 학교에선 알록달록 물감놀이 수업을 한다.
밝은 주황 립스틱을 바르고 블링블링 웃으면 파키스탄 산간 마을 샤닐라가 비타민 시리얼을 아삭아삭 깨문다
하나의 쇼핑이 또 하나의 쇼핑을 부르고
하나의 아바타가 또 하나의 매트릭스를 부를 때
천칭저울이 사납게 흔들린다.
내가 모닝커피를 드립으로 내려 마실 때
밴드형 금팔찌를 문장처럼 슬며시 팔목에 끼울 때
두툼한 오리털 패딩을 입고 겨울 외출을 할 때
꿀꺽 생략되는 아이들의 커피자루와 사금천의 오래 흐린 냇물과 검은 울음소리들.
일대일로 반짝이던 대칭의 별들은 어디로 쏟아졌을까.
나의 문창성과 천문성은 어디에 묻혔을까.
경기도만한 빙산은 툭 깨어져 어디로 흘러갔을까
하나의 스트레스엔 한 켤레의 킬 힐,
하나의 권태엔 한 편의 폭스社 영화,
한 번의 만남은 50가지 디저트가 취향 저격하는 샐러드 바 레스토랑에서,
먹다 만 접시를 쌓아가는 사이, 뜯다 만 종이봉투를 쌓아올리는 사이,
건너편이 없다.
맞은편의 마음이 사라졌다.
—《포엠포엠》2017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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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차애 / 1960년 부산 출생. 2002년〈부산일보〉신춘문예 당선. 시집 『불꽃나무 한 그루』『치명적 그늘』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