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중경삼림 / 우대식

문근영 2017. 10. 31. 12:20

중경삼림

 

   우대식

 

 

 

중경에서 장가계 가는 길

허름한 시골집

할머니와 발바닥이 빨간 손녀딸이 의자에 앉아

전깃불도 없는 현관 앞에서 이야기를 나눈다

아이 머리를 쓰다듬고 고개를 끄덕이며 끝없이

끝없이……              

저 먼 협곡가로는

길고 하염없는 길을 예쁜 처자가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고

가을의 협곡은 조금씩 붉어져

삼림을 물에 담고 흐르다가 하얗게 사라진다

모든 것은 사라져

어둠만이 커다란 짐승처럼 소리 지를 때

싸우면서 만년을 살아온

너와 내가

오늘은 비를 맞고 대륙의 한가운데 서 있다

너와 나는 너와 나인가

중경삼림에서

가을을 보내며

내 생각에도 단풍이 들었던 것이다

 

 

 

                      —《시인동네》2017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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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대식 / 1965년 강원도 원주 출생. 199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늙은 의자에 앉아 바다를 보다』『단검』『설산 국경』.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엄정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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