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환생의 방식 / 한이나
문근영
2017. 10. 31. 12:20
환생의 방식
한이나
비단이 스쳐 바위가 닳는 한 겁,
한 생이
어떻게 고요히 저무는지
전생을 세어 본 적이 없다
낙뢰가 모래밭에 날카롭게 내려 꽂혀
우루루 우루루 길 밖으로
어떻게 파도를 몰고 가는지
태풍의 향방을 쫓아가 본 적이 없다
소라의 귀를 막고
수평선 너머 천리안의 눈을 감고
물고기 지느러미를 건드리는 고래의 입을 막고
긴 울음처럼 멀리서 밀려오는
너울성 파도, 막무가내
난기류의 물살 시퍼런 목숨을 건너는 하루가
태풍이다
한 겁이다
—격월간《시사사》2017년 5-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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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이나 / 1951년 충북 청주 출생. 1989년《시와 의식》으로 등단. 시집 『가끔은 조율이 필요하다』『능엄경 밖으로 사흘 가출』『귀여리 시집』『첩첩단풍 속』『유리 자화상』.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엄정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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