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카뮈에게 / 이명수

문근영 2017. 9. 7. 01:19

카뮈에게

 

   이명수

 

 

 

카뮈는 나에게 여행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은 두려움이라고 했다

하나, 카뮈는 멀리 여행한 적이 없다 차를 타는 것에 병적인 불안,

공포가 그를 차로 실어 날랐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자동차 사고로 죽었다

 

이스탄불 블루모스크 광탑(光塔)을 올려다보며 신심이 깊으면

천국에 갈 수 있을까를 생각하고 있을 때 뒤에서 폭탄 테러가

일어났다

 

때로는 위험한 곳이 안전하다

폭탄이 떨어진 자리가 더 안전하지 않은가

카뮈여,  닥쳐올 위험에 대한 두려움보다 두려움 뒤에 무엇이

올까를 걱정하자

 

카뮈여, 안전한 것은 얼마나 먼가

그러나 여기까지 오는 동안 나를 지나게 해 준 길에 대해

감사하자

별들이 내 앞길을 비춘다 어둠의 밀도가 깊어질수록

별은 더 빛난다

 

삶의 의미보다 삶을 더 사랑하듯

나는 여행의 위치보다 여행을 더 사랑한다

어느 계절을 두려움 없이 사랑하듯

 

카뮈여

두려운 것은 여행보다 먼 곳에 있다

 

 

                        —격월간《시사사》2017년 7-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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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수 / 1975년 월간시지《心象》으로 등단. 시집『空閑地』『울기 좋은 곳을 안다』『風馬 룽다』외. 시선집『백수광인에게 길을 묻다』. 계간시지《詩로 여는 세상》대표.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엄정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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