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운명 / 김남조
문근영
2017. 9. 7. 01:13
운명
김남조
음식을 덜어내듯
내 안의 너를 얼마간 퍼낸다
네가 줄어져 이만하면 너를 업고
사막을 건널 수도 있겠다고
저으기 안도한다
그런데 아니다
너를 덜어내고도 너는 많이 남아 있고
오히려 내가 줄어져
오장육부 수척하고
눈 침침 귀 멍멍의
몰골이 되었다
운명이다
너는 나의 운명이고
나는 너의 운명이다
운명끼리 손잡고
땅끝 너머 더 끝까지
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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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문학』 2016년 7월호
김남조 : 1950년 연합신문에 「성숙」 「잔상」 등을 발표하며 등단.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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