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점등 / 엄재국

문근영 2017. 9. 7. 01:11

점등

 

엄재국

 

호박꽃 활짝 열린 콘센트에
벌이 플러그를 꽂는 순간
온 세상 환합니다
넝쿨넝쿨 잎사귀
푸르게 푸르게 밝습니다
겨울, 봄, 여름…… 점멸하는 거리
울타리 세워 담장 세워
저 멀리 가을까지 닿은 전선에
늙은 호박 골골이 환합니다

 

―엄재국 시집 『나비의 방』/도서출판 지혜. 2016년.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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