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학(虛學)과
실학
아아!
슬프다. 도술이 사라진 지 오래되었구나. 공자가 죽은 후 제자(諸子)들이 어지럽혔고, 주자학 말기에 여러 유학자들이 어지럽혔다. 그 업적은
높이면서 그 참은 잊고, 그 말은 익히면서 그 뜻은 잃어버렸다.
정학(正學)을
받든다 함은 실은 긍심(矜心: 자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되고, 사설(邪說)을 배척한다 함은 실은 승심(勝心: 이기려는 마음)에서 비롯되고, 세상을
구하는 인(仁)이란 실은 권심(權心: 권세를 부리려는 마음)에서 비롯되고, 자신을 보전하는 명철함이란 실은 이심(利心: 자기만 이로우려는
마음)에서 비롯되었다.
네
가지 마음이 서로 뒤엉켜 참뜻은 나날이 사라지고, 천하는 온통 휩쓸려 나날이 ‘허(虛)’로 내닫는다.
-담헌
홍대용의 <의산문답>에서-
실학자인
담헌 홍대용의 <의산문답>에서 실옹(實翁)이 허자(虛子)에게 하는 말이다. 당대의 유학자들이 말로는, 올바른 학문을 부지하고 사특한
논설을 배척하며, 때를 만나 출세하면 인(仁)으로 세상을 구하고 난세에는 물러나 명철보신을 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잘난
척하는 마음, 이기려는 마음, 권력지향의 마음, 이기심 등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이런 학자들로 인해, 천하의 도술과 선현의 참뜻은 망실되고,
천하는 온통 ‘허’로만 치닫는 것이다.
요즘
가짜학력이 문제되고 있다. 그렇다면 진짜학력은 별 문제가 없는가? 자신이 하는 학문은 과연 실학인가? 세상에 누가 자신의 학문을 실학 아닌
허학이라 하겠는가. 그러나 실옹의 입을 통한 담헌의 말을 듣노라면, 과연 이 세상에 허학 아닌 실학이 얼마나 될까 의문이
든다.
[인용부분
원문]
嗚呼哀哉
道術之亡久矣 孔子之喪 諸子亂之 朱門之末 諸儒 之 崇其業而忘其眞習其言而失其意 正學之扶 實由矜心 邪說之斥 實由勝心 救世之仁 實由權心 保身之哲
實由利心 四心相仍 眞意日亡 天下滔滔 日 於虛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