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꿈은 날개가 있다/박재희

문근영 2010. 2. 3. 11:25

  꿈은 날개가 있다
  박재희 



  나는 날마다 낙엽을 떨어트리는 나무처럼
  A4용지에 쓰다만 내 생의 한 페이지를 떨어트린다
  가을도 아닌데 조락(凋落)을 느끼며 떨어지는 나뭇잎
  생각의 깊이가, 사랑의 깊이가, 어떤 짐승 같은 증오의
깊이가……
  구겨진다

  하루에도 몇 번씩 던져 버린 나뭇잎
  그것은 내 몸에서 떨어져나간 소박한 열정이다
  꿈꾸다 깨어져버린 조각

  꿈은 날개가 있다
  아침이면
  꿈을 좆던 내가 잎들에게 벌레 먹힌 헌것처럼 버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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