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누수 / 문숙

문근영 2010. 2. 2. 08:36



      누수 / 문숙

 

 

사월의 한낮

인터폰이 울리고

아랫집 여자의 다급한 목소리

뭐 하시는 거예요, 아래층이 다 젖어요,

새는 곳을 찾아 빨리 막으세요,


뭐라구요...... 샌다구......


구멍 난 곳을 찾기 위해

누수탐지기가 동원되고

집안 구석구석을 살핀다

축축한 거실바닥을 파헤치며

이렇게 새도록 몰랐냐며

내 안을 들여다보는 수리공


아뿔싸,

또 다른 나를 찾겠다고

내부수리를 하면서

낡은 배관을 건드렸구나

봄꽃에 마음 주고 있는 사이

조금씩 내가 새고 있었구나

내 주위가 흠뻑 젖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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