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겨울 가야산/배창환

문근영 2010. 2. 2. 08:21

겨울 가야산

배창환

 

 

 

눈 덮인 가야산에 새벽 햇살 점점이 붉다

직선에 가까운, 굵은 먹을 주욱 그어

하늘 경계를 또렷이 판각하는 지금이

내가 본 그의 얼굴 중 가장 장엄한 순간이다

 

그 앞에선 언제나 엎드리고 싶어지는

저 산의 뿌리는 쩡쩡한 얼음 속처럼 깊고 고요해도

곡괭이로 깡깡 쳐보면 따뜻한 생피가 금세 튀어올라

내 얼굴 환히 젹셔줄 듯 눈부신데

 

사람에게도 그런 순간이 찾아오기라도 한다면

언제쯤일까, 저 산과 내가 가장 닮아 있을 때는

 

 

 

 

* 배창환 시집 '겨울 가야산'(실천문학사)중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즐거운 세탁/박영희  (0) 2010.02.02
안흥찐빵 / 이영식  (0) 2010.02.02
말의 힘 / 황인숙  (0) 2010.02.02
시인 본색(本色)/정희성  (0) 2010.02.02
오동나무 / 송찬호  (0) 2010.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