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밑줄 / 신지혜

문근영 2010. 1. 31. 11:08

밑줄 / 신지혜




바지랑대 높이
굵은 밑줄 한 줄 그렸습니다
얹힌 게 아무것도 없는 밑줄이 제 혼자 춤춥니다


이따금씩 휘휘 구름의 말씀뿐인데,
우르르 천둥번개 호통뿐인데,
웬걸?
소중한 말씀들은 다 어딜 가고


밑줄만 달랑 남아
본시부터 비여 있는 말씀이 진짜라는 말씀,


조용하고 엄숙한 말씀은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인지요


잘 삭힌 고요,


空의 말씀이 형용할 수 없이 깊어,
밑줄 가늘게 한번 더 파르르 빛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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