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로 걷기 / 장석남
생각난 듯이 눈이 내렸다
눈은 점점 길바닥 위에 몸을 포개어
제 고요를 쌓고 그리고 가끔
바람에 몰리기도 하면서
무언가 한 가지씩만 덮고 있었다
나는 나의 뒤에 발자국이 찍히는 것도 알지 못하고
걸었다
그 후 내
발자국이 작은 냇물을 이루어
근해에 나가 물살에 시달리는지
자주 꿈결에 물소리가 들렸고
발이 시렸다
또다시 나무에 싹이 나고
나는 나무에 오르고 싶어
아무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잘못 자란 생각 끝에서 꽃이 피었다
생각 위에 찍힌 생각이 생각에
지워지는 것도 모르고
-1987년 경향신문-
장석남 시인
1965년 경기도 덕적에서 출생, 인천에서 성장하였고, 제물포고와 서울예술전문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8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맨발로 걷기」가 당선되어 시단에 등단하였다. 시집 <새떼들에게로의 망명> <젖은 눈> <물의 정거장><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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