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아리1 / 서정숙
폭설에 모자 하나를 더 쓰고도 말이 없다
날도 풀리기 전에
퀘퀘하게 곰팡이 뜬 메주덩이를 넣고
소금물을 부으면
몸을 연 채 바다를 마신다
정성으로 돌보는 손길이 좋아
햇살에 잡균을 쫓아내고
살을 섞어 장맛이 익어가면
바람에 얼굴 맡긴 채 숨만 쉰다
순박한 몸으로
배신할 줄 몰라
누군가를 위해 한결같이
깊은 맛 우려내는 항아리
어머니도 나도
조금씩 닮으며 산다
시집 <새 등에는 눈이 쌓이지 않는다> 2007년 제3의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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